[사설] 학교도 학생도 준비 안된 ‘온라인 개학’
[사설] 학교도 학생도 준비 안된 ‘온라인 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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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대로 등교는 또 연기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교육부가 등교일을 네 번째 미룬 것이다. 소규모 집단감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등교할 경우 확산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31일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온라인 형태 개학을 고려하고 있다”며 “4월 9일부터 순차적으로 개학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연간 수업 일수와 입시 일정을 고려할 때 아이들의 학습권을 포기하고 무작정 개학을 연기하기가 쉽지 않아 온라인 개학을 고려한 것이다. 정 총리는 “최소한 모든 아이들에게 단말기와 인터넷 접속이 보장돼야 하고, 적응기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9일에 고3중3부터 개학하고, 나머지 학년은 16일과 20일에 순차적으로 원격수업을 한다고 발표했다. 유치원은 무기한 휴업한다.

우리나라는 초·중·고교 현장에서 원격수업(온라인수업)을 진행해본 경험이 극히 드물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중등교육 온라인 개방형 교육체제 구축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고교생 중 원격수업 경험이 있는 학생은 0.3% 안팎에 불과하다. 중학생의 0.26%(133만4천288명 중 3천494명), 고등학생의 0.35%(153만8천576명 중 5천449명)만이 원격수업을 들었다. 학교 수 기준으로도 원격수업이 있었던 학교가 중학교 18.9%, 고등학교 29.5%에 그쳤다. 원격수업이 ‘시범 사업’ 차원에서만 이뤄져 극히 일부의 교사·학생만 경험해본 것이다. 이런 학교들조차 실제 정규수업을 원격수업으로 해보진 않았다.

그동안 원격수업은 법정 수업시수로 인정되지 않아 학생 자율로 듣는 교양·심화 수업으로만 열렸다.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돼 온라인 수업이 불가피해지고 나서야 원격수업을 정규수업으로 인정했다. 지난주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을 마련, 배포했다. 일선 학교 현장은 기본적인 인프라조차 못 갖춘 상황이다. 컴퓨터 보유 비율도 낮고, 그나마도 구매한 지 5년 넘은 낡은 컴퓨터들이 많다. 교육당국은 전수조사를 통해 부족한 기본 장비부터 구비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집에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온라인 수업을 들을 기기가 부족한 저소득 소외계층이나 다자녀 가정에 기기 지원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걱정스럽다. 농어촌일수록, 저소득층 가정일수록 온라인 수업을 못듣게 될 학생이 많을 것이다. 컴퓨터·모바일 환경을 갖추지 못한 저소득층·농어촌 학생이 13만여명에 달한다는 통계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은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정책 결정의 우선으로 삼아 내린 결정이다. 미성년자 확진자가 600명 넘은 현실을 직시, 학교가 집단감염의 또 다른 진앙이 되지않게 온라인 개학을 결정한 것은 다행이다. 다만 교육현장도 학생들도 준비가 안된 만큼 남은 기간 철저히,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특히 계층간 디지털 격차 해소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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