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난지원금 20% 지자체 부담, 정부가 전액 지원해야

정부가 ‘소득 하위 70%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발표한 이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 지급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가 먼저 이뤄진 탓에 지원금의 범위ㆍ대상ㆍ금액 등을 둘러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중위소득 150%(4인 가구 712만원) 아래로 지급 범위를 추산하고, 소득산정에 부동산·금융 재산도 포함할지는 추후 발표키로 했다. 재난지원금은 4ㆍ15 총선 이후 상품권이나 전자화폐 형태로 지급 예정이다.

정부는 9조1천억원 규모의 재난지원금 중 80%를 부담하겠다며, 나머지 20%(2조원)는 지방자치단체가 맡도록 했다. 지자체들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울산ㆍ충북 등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기존에 발표한 재난소득 지급 계획을 철회했다. ‘정부 지원금과 지자체 지원금을 중복 수령할 수 있다’고 한 정부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지자체가 많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지자체 나름대로 여건에 맞게 지원을 하고 있다”며 “정부가 추가 지원을 하려면 재원 전부를 다 부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정부가 다른 지자체보다 재원을 더 부담하라고 한 것에 난색을 표했다.

경기도는 정부의 재난지원금과 별도로 전 도민에게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그대로 지원할 방침이다. 단, 정부의 재난지원금은 지자체 부담 20%를 빼고 주기로 했다. 사실상 정부가 지자체에 떠넘긴 20% 부담을 거부한 셈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31일 SNS에 “중앙정부가 추경으로 보전해 주겠다며 재난지원을 독려했으면서 중앙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에 지방정부가 20%를 최종부담하라고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기도민은 많게는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시ㆍ군 재난기본소득 등 3가지를 중복 지급받을 수 있다. 이 지사는 재난기본소득을 자체 지급하는 시ㆍ군은 정부 지원금에 매칭 분담을 안해도 되지만, 별도 지원이 없는 시·군은 10%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정부 발표에 한발 앞서 각 지자체별로 재난생활비, 긴급생계비, 재난기본소득 등의 명목으로 지원을 결정했다. 이미 시행 중인 지자체도 있다. 정부가 뒤늦게 2조원의 재난지원금을 지자체에 떠넘겨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불편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시행하는 재난지원금은 전액 정부 예산으로 부담해야 한다. 긴급지원에 중앙과 지방, 지역 간 혼선과 오해가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

경제적 약자를 보듬는 긴급재난지원은 중복 여부보다 안전망을 촘촘히 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의 명확한 기준을 신속하게 정하고, 절차는 단순화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상황에서 시급하게 지원돼야 하는 만큼 소모적 갈등과 혼란은 최소화해야 한다. 서민생계 붕괴를 막고 지역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한 재난지원금은 정부가 전액 부담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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