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단어 Praise의 사전적 정의는 ‘칭찬’, ‘찬미’ 등으로 무언가를 숭배하고 우러러보는 의미를 갖는다. 이때 칭찬과 찬미의 대상은 고귀하고 숭고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 혹은 정신이다.
예술공간 봄이 오는 8일까지 여는 전시 <프레이즈(Praise)>도 고귀함과 숭고함을 갖춘 존재를 향한 칭찬과 찬미를 담아 눈길을 모은다.
박예림 작가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시선은 ‘발’을 향해 있다. 우리는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 안에서 사람들과의 민망한 눈마주침을 피해 시선을 내려 이들의 발을 쳐다본다. 여기서 발과 발걸음을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피로한지, 또 얼마나 행복한지 알 수 있어 일상의 소중함과 개개인의 노고 등 다양한 의미를 느낄 수 있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발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히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두 발로 걸어간 희생의 의미도 담겨있다.
전시 주제에 맞게 박 작가는 장지에 먹을 이용해 발과 관련된 작품들을 선보인다. 대표적으로 ‘희생’ 시리즈는 꼬아진 양 발에 못이 박혀 피가 흐르는 모습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연상케 한다. 작품은 크게는 가로 82㎝, 세로 100㎝ 규모, 작게는 가로 39.5㎝, 세로 49.5㎝ 규모 캔버스 위에 희미한 선을 통한 갸냘픈 형상으로 묘사됐다. 하지만 그 안에는 숭고함이 투영돼 보는 이를 숙연하게 한다.
작품 ‘내려놓음’은 ‘희생’ 시리즈와 비교해 보다 직접적인 형상으로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무릎을 꿇은 대상의 발 뒷꿈치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묘사로 희생의 끝,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 시작된 숭고함의 시작을 동시에 드러낸다. 다만 작품들 모두 캔버스 위에 대상을 한 명만 그려내 희생이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의미도 담아 숙연함을 더한다.
예술공간 봄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희생이란 모두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면서도 앞서가려 하지 않고 포기와 배려로 뒤따라 걷는 것이다”라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희생을 작가가 어떻게 숭고하게 묘사했는지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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