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ㆍ발달 장애인, 거소투표로 ‘소중한 한 표’ 행사
오는 4월15일 실시되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일주일여 앞두고 장애인들이 거소투표를 통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거소투표’는 총선 당일 투표소에 갈 수 없는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부재자 투표 제도다. 대상은 공직선거법 제38조에 따른 병원ㆍ요양소ㆍ선박 등에 장기 기거하는 사람으로 이번 선거에서 거소투표 신청 기간은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였다.
8일 오후 2시30분께 찾은 수원 장안구의 장애인거주시설 ‘바다의 별’. 따스한 햇볕 아래 벚꽃잎이 흩날리는 이목천 옆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 시설이 나타난다. 이곳에는 지적ㆍ발달 장애인 52명이 거주 중이며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직원 37명이 함께 하고 있다.
밝은 웃음소리를 따라 1층에 들어서자 마스크 확인과 체온 측정, 손 소독이 이뤄졌다. 사회복지사와 함께 지하 1층 프로그램실로 내려가니 시설 거주 이용인들이 ‘소중한 참정권’을 행사할 투표 장소가 마련돼 있었다.
투표 장소(약 150㎡)에 들어서면 중앙에 투표함이 놓여 있고 투표함 뒤편으로 다섯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기표소(가로 1mㆍ세로 1.8mㆍ폭 0.5m) 2개가 3m가량 거리를 두고 세워져 있다.
오후 3시. 사회복지사의 투표 주의사항 안내가 끝나자 투표가 시작됐다. 이용인들은 선관위 관계자, 사회복지사와 함께 복지카드로 신분을 확인했다. 선관위 관계자와 사회복지사는 기표소 앞까지만 이용인들을 안내했고 비밀투표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돌아서서 기다렸다.
첫 번째로 투표권을 행사한 H씨(39)는 마스크 너머로 수줍은 미소를 보이며 투표 장소를 떠났다. 뒤이어 투표함에 투표 용지를 넣은 K씨(36)는 박수를 치며 기뻐하는 등 밝은 분위기 속에 순조로운 투표가 이어졌다.
오후 3시30분께 투표를 마친 J씨(45)는 “직접 투표를 하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면서 “투표 용지가 길어서 헷갈렸지만, 선생님이 잘 설명해줘서 문제 없었다”며 미소지었다.
오후 3시45분. 마지막 투표 용지가 투표함에 들어가자 선관위 관계자들은 투표함을 개봉해 수량을 파악했다. 이후 별도 마련된 봉투에 투표 용지를 밀봉하는 것으로 투표가 마무리됐다.
이날 거소투표에는 시설 거주 이용인 52명 중 40명이 참여했고 경기도 선관위 관계자를 비롯한 투표 참관인 4명, 시설 사회복지사 7명이 함께 했다.
투표 과정을 안내하던 김인선 사회복지사(38)는 “시설 거주 이용인들이 무사히 투표권 행사를 마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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