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불가능한 붕괴 위기, 세계 섬유시장 2위 자리 놓칠 수도”
국내 최대 섬유제조업 밀집지인 ‘양포동(양주ㆍ포천ㆍ동두천)’ 지역을 비롯한 경기도 내 섬유산업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70%에 가까운 도내 섬유기업들이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 속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판로가 사실상 완전히 차단되면서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위기로 국내 섬유산업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고 ‘세계 점유율 2위(편물)’라는 위상을 잃을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1일 경기도 내 섬유업계에 따르면 현재 도내 섬유기업들은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언제 공장을 다시 돌릴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처지다.
실제로 이날 찾은 양주의 A 섬유제조업체는 인적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썰렁했다. 여름시즌을 앞둔 5월은 섬유업계에서 성수기로 꼽히며 24시간 생산이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어야 하지만, 이 같은 풍경이 완전히 실종된 것이다. 46개에 달하는 생산라인 중 실제 가동 중인 라인은 단 2개에 불과했으며, 근무직원 역시 단 1명에 불과했다. 사실상 공장이 올스톱 된 셈이다. 600t에 달하는 의류 원단은 갈곳을 잃은 채 창고에 가득 쌓여 있었다.
A 업체 대표는 “코로나19 탓에 매출이 70% 가까이 줄어 대부분의 직원에게 유급휴가를 주고 공장 가동을 멈췄다”며 “언제 사태가 풀릴지도 모르고 고정비만 월 7천만 원 가까이 지출돼 폐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기업들 역시 상황은 매한가지였다. 포천의 B 섬유제조업체는 21개의 생산라인 중 단 1개만 가동하고 있었다. 50년간 영업한 이 업체 역시 평소 7천만 원에 달하던 매출이 최근 700만 원까지 떨어졌으며, 더 이상 공장을 돌리는 건 적자만 키운다는 판단에 다음 달부터는 공장 운영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동두천에 위치한 C 업체 역시 매출이 85% 감소하면서 공장 가동시간을 3분의 1로 줄였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섬유산업이 존폐의 기로에 놓이면서, 이번 위기가 글로벌 섬유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편물(니트) 시장에서 경기도를 필두로 한 우리나라는 세계시장점유율 2위(중국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기업들이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한다면 이 같은 위상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섬유산업연합회가 최근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도내 섬유기업(8천 500여 개사) 평균 피해액은 12억 8천만 원에 달하며, 대부분의 기업이 현 상황이 2~3개월 추가 지속되면 존속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제사, 방적, 직조, 편조, 봉제 등 업종별로 촘촘하게 이어져 있는 섬유산업 구조 특성상 하나의 기업이 망하기 시작하면 줄 도산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사람이 적은 섬유산업 특성상 한 번 산업구조가 망가지기 시작하면, 이를 정상 궤도로 돌리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섬유기업들이 최소한 공장이라도 유지할 수 있게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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