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는 행위에 집중하다, 경기도미술관 <그림, 그리다>

▲ 정정엽-최초의 만찬
▲ 정정엽-최초의 만찬

인류의 소통은 그림으로 시작됐다. 아주 오래전 인류에서부터 현재의 우리는 언어 이전에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림은 관찰의 시간 끝에 탄생한다. 이런 점에서 회화는 작가가 오랫동안 열심히 대상을 살펴 담아낸 결과물이다.

경기도미술관이 지난달 28일부터 시작한 2020 상설교육전시 <그림, 그리다>는 이러한 우리 내부에 깊숙이 자리 잡은 그리기 욕구를 발현시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의 작품을 내걸었다.

코로나19로 휴관한 지 두 달 반 만에 문을 연 12일 경기도미술관 2층 <그림, 그리다> 상설교육전시장에서는 입구에서부터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사전 예약제를 통한 관람객 제한으로 더욱 여유롭고 느긋한 전시장의 풍경이었다.

▲ 공성훈-돌 던지기
▲ 공성훈-돌 던지기

<그림, 그리다>에는 전통적인 미술의 장르이자 새롭게 주목받은 ‘회화’를 ‘사물·사람·순간·행위’ 등 4개의 키워드로 분류했다. 경기도미술관 소장품을 기반으로 작가들의 작품 총 38점(디지털 인터랙티브 1점)이 전시됐다.

전시는 회화와 음악의 조화가 이뤄졌다. 경기도미술관과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협업으로 경기필이 전시를 구성하는 4개의 키워드에 어울리는 클래식 17곡을 제안한 것이다. 요한 쉬트라우스 <봄의 소리 왈츠>,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등의 곡은 작품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했다.

<그림, 그리다> 사물에서는 이명미ㆍ정희민 작가의 정물을 대상으로 한 현대적인 그림을, 인물에서는 서지현, 나혜석 등 작가에게 영향을 미친 여성들을 소환한 정정엽 작가의 작품과 이동기 작가의 사람을 화폭에 담은 작품이 펼쳐졌다.

순간에서는 정직성 · 공성훈 · 빈우혁 작가가 느낀 색채와 다양한 표현법으로 우리 앞에 펼쳐지는 순간들을 고요히 살펴보게 한다. 기다란 캔버스에 하늘과 바다가 사실적으로 그려진 공성훈 작가의 <돌 전지기> 작품 앞에선 대자연의 힘에 맞서 돌이라도 던져보려는 지금 우리의 모습이 비쳤다. 행위에서는 하종현 · 박경률 ·안지산 작가의 개성 넘치면서도 실험적인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 박경률-A Meeting Place
▲ 박경률-A Meeting Place

상설 교육 전시 특성에 맞춘 대면 교육 프로그램은 코로나19 감염병 예방 수칙에 따라 현재 중단된 상태로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추후 운영된다. 하지만, 전시와 관련된 책이 다양하게 마련된 공간, 관람객의 참여 프로그램은 이러한 아쉬움을 달랬다.

그리는 행위를 종용하는 <무한 그림>에서는 프로젝터, 키넥트 센서 등을 활용한 콘크리에이트랩의 하얀 도화지 위에 관람객이 디지털 채색도구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공개된다. 미술관 홈페이지에서는 4주간 매주 하나의 주제별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영상을 공개한다. 5주차엔 종합편을 볼 수 있다. 전시는 11월 29일까지.

▲ 안지산-손 담그기
▲ 안지산-손 담그기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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