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팍이란 배와 목 사이의 앞부분 판판한 쪽을 말한다. 트로트 가사에 묘사하고 있으나 ‘흉금(胸襟)을 털어놓는다’ 에서는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화병(火病)은 분하고 원통함이 불길처럼 솟아올라(鬱火·울화) 몸과 마음에 흠집을 남기고 여러 낌새로 나타나는 증후군 마음 아픔이지만 미국에서는 한국문화 관련 성냄과 놀람(憤怒·분노)의 여러 낌새로만 설명하고 있다. 울화통은 마음 앓이이지만 ‘울화가 치민다’ ‘울컥, 울끈, 울커덕’ 등에서 보듯 빽빽할 울 자를 쓰고 있다. 다른 나라에는 이런 한자를 쓰지 않는 것으로 보아 ‘울’은 솟구치는 마음을 나타내는 순 우리 말로 보인다. 마음 앓이와 울화통의 통(痛)은 가슴팍 속에서 일어나 밖으로는 솟구치는 마음의 아픔이다.
그 원인 중 하나가 근거 없는 악소문이다. 가짜 악소문을 인터넷에 풀어놔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울화를 치밀게 한다. 본인의 노력으로 악소문을 없애거나 소송으로 바로잡기도 하지만 이미 피해가 눈덩이 번진 뒤라 수습될 때는 효과는 별로이다. 견디다 못해 극단적 방법을 택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에 비해 악성 부호 좀살이(바이러스)를 만들어 인터넷을 마비시키거나 필요한 소식만 빼내 가는 속임수도 있다. 원래는 암호 풀이에서 시작하였지만 풀이한 암호를 가지고 속임수로 발전시킨 것이다. 2차 대전 때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상륙지점을 인근 칼레항으로 속여 주력군을 노르망디가 아닌 칼레로 유인하였으며 미국은 태평양 전쟁에서 왜국 해군의 공격 목표가 미드웨이 섬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도 유명한 일화이다.
이에 비해 아예 없는 일을 그럴싸하게 참말처럼 꾸미고 이를 미끼로 돈을 뜯어내는 말소리 속임수가 있다.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이라 하는데 1996년 미국에서 거짓부호를 통해 속임수를 썼지만, 지금은 전화 속임수가 대부분이다. 또 순서를 정해 놓은 순번 방을 차려 놓고 성 학대 사진으로 호기심을 끌면서 돈을 뜯어내는 성 사진 속임수도 나타났다. 놀랍게도 미성년자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었다.
이런 속임수들은 처음에는 암호 해독의 좋은 일에서 시작되어 부호나 문자로 속이는 헤살이(해커) 속임수로 발전하다가 슬기 전화(스마트폰)가 나타나면서 말소리와 문자와 사진으로 발전해 나갔다. 동네 두리 돌림 소문(에피데믹스)의 수준에서 지금은 온세 돌림 소문(인포데믹스)이 되었다. 미디어는 중립이지만 쓰는 이의 마음에 따라 부작용과 속임수도 달라진다. 마음 앓이, 가슴팍 아픔 그리고 말소리 속임수는 모두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마음씨를 바로 잡아야 미디어도 건전하게 발전하는 것이다.
진용옥 경희대 명예교수·심곡서원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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