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빙자한 책임 전가” 등교 개학 시작, 수업 매뉴얼은 학교 재량

고3 학생들의 등교 개학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수원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교사와 방역담당자들이 소독작업을 하며 학생맞이 준비를 하고있다. 이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3 이외의 학년은 격주, 격일, 주 1회 이상 등교 등의 방식으로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주현기자
고3 학생들의 등교 개학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수원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교사와 방역담당자들이 소독작업을 하며 학생맞이 준비를 하고있다. 이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3 이외의 학년은 격주, 격일, 주 1회 이상 등교 등의 방식으로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주현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첫 ‘등교 개학’이 두 달 만에 이뤄지게 됐지만, 교육당국이 학교 운영ㆍ수업 방식 등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여전히 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사실상 모든 수업 준비를 ‘학교 자율’에만 떠넘기는 터라 현장에선 혼란이 가중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부터 학년별 순차적으로 시행되는 등교 개학 문제를 두고 “등교를 피해갈 수도, 시기를 무작정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발생 상황이 통제 가능한 범위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3은 매일 등교를 원칙으로 하되 30명 이상의 과밀학급이나 1천 명 이상의 과대학교는 분반 수업을 활용하겠다고, 다른 학년은 격주ㆍ격일 등교 또는 주 2회 등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경기도교육청 역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원격 수업과 등교 수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이 제시한 혼합 수업 방식은 학생 밀접 접촉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크게 ▲학년별 격주ㆍ격일 등교 ▲학년별 교실 교차 사용 ▲한 학급 두 교실 분산ㆍ배치 ▲오전ㆍ오후 운영 ▲학년별 전일제 원격수업 ▲자유학기활동 원격수업 등으로 구분된다.

다만 이때 병행 수업 도입 여부와 운영 방식은 각 학교가 학생ㆍ학부모ㆍ교사 등 의견을 모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경기도 지역 특성상 도시와 농촌이 혼재한 곳이 많기 때문에 별도의 지침을 마련하는 대신 학교 실정에 맞게 결정하라는 의미다.

이를 두고 학교 현장에선 정부와 도교육청이 내놓은 수업 방식이 모두 ‘뜬구름 잡기’에 불과하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학교마다 교육 여건이나 시스템이 천차만별일뿐더러, 교육부가 권고한 법적 수업시수와 과목수 등을 지키려면 현실에서 ‘자율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또 상황이 상황인 만큼 수업 운영에 관한 중책을 학교에 떠밀기보다는 교육당국이 구체적이고 확실한 지침을 내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원의 한 공립고등학교 교사 A씨는 “고3을 비롯한 고등학생들은 입시라는 인생의 기로에 놓여 있는데, 자율 방침이 학교별 재정 상황 등에 따른 교육 격차를 발생시킬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양에 있는 한 중학교 교사 B씨도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는 지침은 자율성 보장이 아니라 책임 전가”라며 “최소한의 통일성을 갖춘 가이드라인을 주고 그에 맞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별 실정이 달라 일률적인 수업 방식을 정하지 못한 것이고, 단위학교에서 방식을 결정하면 그에 맞는 지원 대책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까지 예정된 전국 모든 학교의 등교 수업 시작 날짜는 ▲5월20일(고등학교 3학년) ▲5월27일(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 유치원생) ▲6월3일(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3~4학년) ▲6월8일(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6학년) 등이다.

이연우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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