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제보다 비싼 그린피… 골프장 배만 불리는 ‘대중제’

정부, 사업자에 세제 혜택… 대중화 취지 역행
작년比 3만~4만원↑, 이용요금 규제 법안 전무

경기지역 일부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이 회원제 골프장보다 비싼 그린피(골프장 이용료)를 받고 있어 대중제 골프장 도입 취지에 역행한 채, 골프장 사업주만 배불리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더욱이 골프 대중화를 위해 세제 혜택을 주며 저렴한 가격에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한 현 제도에서 이를 제지할 법적 근거가 없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국내 골프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체육시설법에 따라 회원제 골프장업을 하려는 사업자에게 대중제 골프장을 병설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중제 골프장을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개별소비세 등 세제 혜택을 부여하며 골프 대중화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도내 일부 대중제 골프장이 주중과 주말 이용료를 회원제보다 비싸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제 골프장인 남양주 광릉CC가 주중 18만원ㆍ주말 24만원을 받고 있는 반면, 대중제 골프장 포천 힐스CC는 이보다 1만~3만원 많은 가격대(비회원 기준 주중 19만원ㆍ주말 27만원)를 형성하고 있다.

대중제로 운영되는 포천 베어크리크CC도 주중 15만~20만원ㆍ주말 25만원(오전 7시30분 기준)의 이용료가 책정돼 회원제 기흥CC(주말 23만7천원), 용인 레이크사이드CC(주말 25만7천원)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대를 보였다. 이천 마이다스CC도 주말 24만원(토요일 오전 8시)의 이용료를 받으면서 도내 회원제 골프장의 주말 요금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골프존카운티 안성H, 안성W, 안성Q 등 안성에 있는 대중제 골프장의 주말 그린피는 지난해와 비교해 3만원~4만원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골퍼 1인당 4만원씩의 세금 혜택을 보는 대중제 골프장이 회원제 요금과 비슷하거나 더 비싸게 받으면서, 골프장 업주만 특혜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10여년 간 수많은 회원제 골프장이 대중제 골프장으로 바뀐 부분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문제는 현행법상 세제 혜택을 받는 대중제 골프장의 이용요금과 관련해 이를 규제하는 법안은 전무하다는 점이다. 이에 골프 관련 전문가와 골프장 이용객들 사이에선 대중제 골프장의 취지를 반영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원에 사는 회사원 L씨(42)는 “회원제와 비슷한 가격의 대중제 골프장이 점차 많아지는 것 같아 대중제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회원제 수준의 이용료를 받는 일부 대중제 골프장은 ‘시장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대중제 골프장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 대중제 골프장의 그린피가 10%가량 인상됐다”며 “골퍼가 몰리는 5ㆍ6월이 극성수기라는 점,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골프장으로 골퍼들의 발길이 모이는 등의 이유로 대중제 골프장들이 요금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시간 요금제 방식이다보니 회원제보다 요금 인상에 수월한 측면도 있지만, 시장 경제 원리에 따른 조치다”라고 덧붙였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대중제 가운데 프리미엄 골프장이 있는 등 현재 시장 경제에 의해 그린피가 높게 측정된 면이 있다”며 “올해 같은 경우 코로나19 때문에 외국에 나가지 못한 골퍼가 국내로 몰려 분위기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양휘모ㆍ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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