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음에 치유가 필요한 시기다. 위로와 힐링, 도덕적 가치를 제공하는 문화예술은 가슴에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기 제격이다. 석 달 가까이 휴관에 들어갔던 도내 뮤지엄이 재개관 하면서 새로운 전시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봄날, 마음을 위로하고 문화 갈증을 해소할 도내 뮤지엄 전시를 알아본다.
■ 실학박물관 <재상 채제공, 실학과 함께하다>展
가족과 함께 남양주 실학박물관(남양주시 조안면 다산로747번길 16)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실학박물관은 지난 19일부터 수원화성박물관과 공동으로 <재상 채제공, 실학과 함께하다>展을 열었다.
전시는 실학의 학문적 성과를 계승해 국가개혁을 추진했던 채제공의 활동을 조명했다. ‘정조대의 명재상 채제공과 실학’을 주제로 채제공의 출신배경과 정조년간 재상으로서의 행적, 실학과 채제공의 학문적 관련성, 시대 변화를 읽은 뛰어난 관료로서 채제공의 활동, 채제공 초상과 그의 사후 진행된 <번암문집>의 간행과정이 전시됐다.
올해 탄생 300주년을 맞은 채제공은 조선후기 개혁의 실천에서 뚜렷한 위상을 가졌다. 그는 열린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했고, 소외받던 영세민과 지방민을 포용했으며 변화를 바라는 시대적 요구를 정책으로 추진했다. 그 탓에 재야 실학의 학문적 성과는 실현의 기회를 얻었다. 현재 우리 시대가 바라는 인물은 아마도 채제공과 같은 인물 아닐까.
실학박물관은 다산 정약용 선생 유적지 인근에 자리 잡은 국내 유일의 실학 관련 박물관으로 아이들과 테마 여행을 떠나기로도 적합하다. 우리 곁에 살아숨쉬는 실학을 느낄 수 있다. 전시는 8월 23일까지 실학박물관에서, 9월 3일~10월 25일까지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열린다.
■ 소통 꿈 꾼 백남준의 오래된 집 ‘백남준아트센터’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 플럭서스(fluxus) 운동을 주도한 백남준. 비디오 아티스트로 한정하기엔 그의 예술은 방대하고 규정짓기 어렵다. 백남준의 예술 혼을 느끼고 싶다면, 백남준의 집 백남준아트센터(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 10)로 향해보자. 백남준아트센터 2층 전시실에서는 2020년 첫 기획전시 <침묵의 미래: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 순간>을 오는 6월 28일까지 선보인다. 한국,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레바논 베이루트 등 다양한 지역에서 참여한 작가 8명의 작가는 사용자가 점점 줄어들어 사라지거나 소멸할 위기에 처한 언어에 주목한다. 언어가 갖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과 다양성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특히 일상에 서서히 스며든 언어 양극화와 연동한 문제를 환기하는 게 인상적이다.
1층 제1전시실에서는 ‘백남준의 방송’을 키워드로 지난 12일 개막한 <백남준 티브이 웨이브>展이 열린다.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 백남준이 선보였던 방송과 위성 작업을 중심으로 백남준의 텔레비전 탐구와 실험을 조명한다. 언어와 문화의 벽을 허물고 전 지구적 쌍방향 소통을 꿈꿨던 실험적 예술가 백남준을 만날 수 있다.
백남준아트센터 야외 이음-공간에서는 오주영의 <주사위 게임>을 전시 중이다. 작품 <쥐들에게 희망을>, <버스마크(BirthMark)>는 관람객에게 과학적 진실들이 딛고 서 있는 불완전한 근간을 자연스럽게 상기하게 한다.
■ 여주세계생활도자관, <색을 빚다_Making Colors>展
지친 일상에 힐링을 주는 색다른 문화생활도 있다. 한국도자재단 여주세계생활도자관(여주시 신륵사길 7 여주세계생활도자관)은 오는 11월 29일까지 특별전 <색을 빚다_Making Colors>를 진행한다. 2층 전실에서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청자색(Celadon), 밀레니얼 핑크(Millennial Pink), 울트라바이올렛(Ultraviolet), Z세대 옐로(Gen-Z-Yellow) 등 4가지 색을 필두로 한 도형회화와 평면작품 73점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사람의 감정이나 기분을 치유하는 기능을 가진 색채를 활용해 작가가 느낀 감정의 스펙트럼과 감정 변화 양상 등을 드러내며 작가 개개인의 작품관을 선보인다. ‘울트라바이올렛-고우정’, ‘Z세대 옐로-이흘기’, ‘셀라돈-이동하’, ‘밀레니얼 핑크-송지윤’ 등 4명의 작가가 주제 색을 통해 표현하는 작품을 통해 표현의 도구이자 기분을 묘사하는 색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 구석기시대로 떠나는 타임머신 ‘전곡선사박물관’
10억 년의 역사를 걷는 경험을 선사하는 곳도 있다. 전곡선사박물관(연천군 전곡읍 평화로443번길 2)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그래피티 작가 제바(XEVA, 유승백)와 올해 새롭게 그래피티 ‘Track of History’를 제작했다. 원시지구의 거시적 환경변화에 따른 지층면과 그곳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새로운 빛깔로 현대적으로 도식화했다. 지층면을 현대적인 컬러트랙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박물관으로 들어오는 100m(면적 250㎡)의 회색 콘트리트 길은 마치 시간의 경주가 펼쳐진 듯한 그래피티의 트랙으로 변했다. 박물관의 신규 소장품인 메소사우르스와 암모나이트, 삼엽충의 화석 이미지들이 이 위에 올려 있다. 다채로운 지구의 색상 위를 걷는 경험을 만나볼 수 있다. 한탄강 유역을 중심으로 하는 후기 구석기시대 유적을 소개하는 기획전 <전곡리 윗마을 사람들>과 고대 인류의 여정을 담은 상설전시도 열리고 있다.
■ 경기도미술관, <우리와 당신들>·<그림, 그리다>展
경기도미술관 2층 기획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제 각기 삶을 살아가는 타국인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주름의 깊이, 버스 정류장 앞에선 모습, 슈퍼로 향하는 발걸음 등은 우리와 같으면서도 다르다. 8월 30일까지 여는 <우리와 당신들>展에는 아시아 5개국의 총 13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우리, 인간은 누구인가?’ 그리고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전시는 인종, 젠더, 문화의 차이를 넘어 인간과 비인간이 기술을 매개로 공존하는 다양한 세계를 답으로 제시한다.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홍콩관에서 전시되어 호평을 받았던 삼손 영(홍콩)의 <위 아 더 월드>, 미래 AI를 태양과 같은 모습으로 구현한 이장원의 <윌슨>, 공유지를 상징하는 구조물 안에 기타 제조업체인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모습을 담은 전진경의 <마당의 실내> 등 총 32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경기도미술관이 지난달 28일부터 시작한 2020 상설교육전시 <그림, 그리다>는 이러한 우리 내부에 깊숙이 자리 잡은 그리기 욕구를 발현시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의 작품을 내걸었다.
바로 옆 상설 교육전시장에는 회화 전시 <그림, 그리다>를 선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미술의 장르이자 새롭게 주목받은 ‘회화’를 ‘사물·사람·순간·행위’ 등 4개의 키워드로 분류해 작가들의 작품 총 38점(디지털 인터랙티브 1점)을 볼 수 있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제안한 클래식 17곡이 그림과 어우러져 색다른 감상에 빠져든다. 이명미ㆍ정희민ㆍ정정엽ㆍ정직성ㆍ공성훈·빈우혁ㆍ하종현ㆍ박경률ㆍ안지산 작가 등이 참여했다.
정자연기자
도내 뮤지엄 즐기기 팁!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앞서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관람객의 자세도 중요하다. 우선 발열,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최근 14일 이내 해외여행을 한 경우 방문하지 않도록 한다. 또 방문하려는 각 뮤지엄 누리집에서 전시 관람을 예약해야 한다. 시간대별 관람 가능 인원이 정해져 있으므로 반드시 확인 후 방문한다. 마스크 착용과 입장 시 코로나19 증상 여부 확인 및 추적을 위한 개인 정보 동의 등 방역 협조 역시 중요하다. 전시를 관람하고 이동할 때는 타인과 2m 이상 거리두기를 준수하는 것도 유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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