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꺼지지 않는 '유흥의 불빛'… 안양 1번가·수원 인계동 불야성

22일 밤 안양역 인근 ‘안양 1번가’ 거리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 북적이고 있다. 조주현기자
22일 밤 안양역 인근 ‘안양 1번가’ 거리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 북적이고 있다. 조주현기자

코로나19 집단 감염 여파에 이어 더위를 식혀줄 봄비가 내렸음에도 안양 1번가와 수원 인계동에는 여전히 ‘유흥의 불빛’을 따라 모인 시민들로 북적였다.

22일 밤 10시께 찾은 안양역 인근 번화가. 이곳은 이른바 ‘안양 1번가’로 불리는 경기지역 최대 유흥상권 중 하나다.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뒤 지난 19일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남성이 이곳을 방문해 친구들과 일본식 주점을 이용, 도내 집단 감염을 촉발시킨 곳이기도 하다. 현재 확진자들과 비슷한 시간대에 이곳을 방문했거나 인근에 있었다고 자진 신고한 주민만 1천여명에 달하고 있다.

도내 집단 감염이 발생한 뒤 첫 주말을 맞은 안양 1번가는 여전히 수많은 방문객으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처럼 거리를 걸어가기도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빽빽하게 모이진 않았지만, 거리에는 수십명의 시민이 서로 교차하고 있어 타인과의 거리를 1m도 유지하기 힘들었다.

한 주점에 들어서자 내부에 마련된 20여개의 테이블이 젊은 남녀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점에서 일행들과 술을 마시다가 잠시 화장실을 이용하고자 밖으로 나가는 시민들도 코로나19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는 듯 전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건물 사이사이 골목에서 흡연하는 시민들 역시 비말로 전파되는 코로나19가 두렵지도 않은지 연신 땅바닥에 침을 뱉고 있었다.

이날 만난 20대 남성 A씨는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그럼 그만큼 방역을 철저하게 했으니 안전하다고 생각돼 친구들을 만나러 왔다”며 “불금에 집에서만 있기는 너무 아쉬워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수원지역의 대표 번화가인 수원시청 인근 인계동 역시 봄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흥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대거 모여 있었다. 이날 밤 11시께 이곳에 있는 한 일본식 주점으로 들어가자 어두운 조명 아래서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작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열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술에 취해 인계동 거리를 배회하는 시민 대부분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거리에서 큰소리로 떠들며 침을 튀기기도 했다.

좁은 공간에 모여 앉아 노래를 열창하는 코인노래방에도 방문객은 끊이지 않았다. 주로 젊은 시민들이 주점 등에서 술을 마신 뒤 코인노래방을 찾아 애창곡을 부르는 모습이었다. 서울시는 이날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고자 서울지역 569개 코인노래방에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경기도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들린 안양ㆍ군포지역 11개 시설을 공개하고, 이곳을 이용했던 시민들에게 선별진료소를 찾아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요청하고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역학조사 등을 통해 접촉자를 파악하고 있지만,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시민들의 자발적 신고 및 검사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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