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후끈’했다는 의원회관 ‘명당’ 잡기
[지지대] ‘후끈’했다는 의원회관 ‘명당’ 잡기
  •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bakha@kyeonggi.com
  • 송고시간 2020. 05. 26 22 : 35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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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개봉한 영화 ‘명당’은 천하명당을 차지해 ‘왕’이 되길 꿈꾸는 인간들이 주인공이다. 조선조 말 절대권력자였던 흥선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묘’가 모티브다. 묏자리가 좋으면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풍수지리에 근거한다. 실제 흥선군은 안동김씨를 꺾으려면 안동김씨 조상 묘보다 더 좋은 곳에 아버지 묘를 이장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흥선군이 아버지 묘를 이장하자 아들이 훗날 고종이 되고 고종의 아들이 순종이 됐다.

▶삼국시대에 도입된 풍수지리는 현대인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재력에 권력까지 가진 이들에겐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키려는 욕심 때문이다. 대기업 총수들이 사옥이나 공장의 자리마저도 훈수하는 풍수 전문가를 곁에 두고 있다는 얘기는 심심치 않게 나돈다. 역대 대통령 중에는 조상의 묘를 이장한 후에야 당선했다는 이도 있다. 일반인들도 사업을 번창하게 해준다거나 좋은 기운을 준다는 곳을 찾아 집을 짓고 묘를 쓴다. 지난 주말 음력 4월이 두 번인 윤달이 시작되면서 공원묘지마다 개장 유골 예약은 물론 묘지 이장 문의가 쇄도한 것도 같은 이유다.

▶흥선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묘는 충남 예산군 가야산 아래에 있다. 묘 터는 2대에 걸쳐 천자(왕)가 나온다는 명당으로 ‘이대천자지지(二代天子之地)’라고 불린다. 고종 5년인 1868년 두 차례나 무역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한 독일인 오페르트는 남연군묘를 파헤친 후 유골을 빼내 협상카드로 이용하려 했다. 실패했지만, 흥선군의 강력한 권력이 아버지 묘가 명당에 묻혔기 때문이라는 말을 믿었던 거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새로 입주할 의원들의 방 배정이 끝났다고 한다. 4년간의 의정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이니 의원들에겐 ‘내 집 마련’만큼이나 중요했을 것이다. 전망 좋고 출입 편한 방이 인기지만, 국회의원을 직업처럼 지낸 다선 의원과 대통령을 배출한 방이 단연 명당으로 꼽혔다. 내리 6선에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국무총리가 쓰던 718호는 3선의 서영교 의원이 차지했지만, 경쟁을 벌인 사람만 50여 명이라고 한다. 방 번호가 정치적 뒷배로 이용되기도 한다. 광복의 의미를 담은 815호, 광주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518호,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416호, 시민민주화 운동을 연상시키는 629호 등이다.

▶‘이대천자지지’는 신기하게도 맞아떨어졌다. 왕이 연이어 탄생했지만 2대에 그친 것이 과연 명당인지는 의문이다. 풍수학자인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사람이 잘못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 터가 나쁜 것은 없다’고 했다. 방 타령하지 말고 자기 방을 명당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국민은 ‘의원님’들이 방값은 차치하고라도 밥값이라도 해줬으면 한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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