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Momento Mori - 죽음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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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을 때 연주하는 서양음악 중에 레퀴엠(진혼곡)이 있다. 15세기부터 그레고리안 성가를 중심으로 작곡됐다. 작곡가들은 레퀴엠이라는 음악 형식을 통해 죽음에 대한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원래 종교적 의미에서의 레퀴엠은 ‘죽은 자를 추모하는 음악’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산자를 위로하는 음악’이라고 보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음악애호가들이 선정한 최고의 레퀴엠 두 개를 비교해 보며 죽음에 대한 인식을 살펴본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가 작곡한 레퀴엠은 돈 많은 귀족에게 위촉을 받아 작곡을 시작했지만, 작품을 만들어 갈수록 본인의 죽음이 다가옴을 알게 되었고 결국 자신의 죽음을 위한 곡을 쓰는 것이 되어버렸다. 끝내, 미완성으로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지만, 이 작품은 오늘날 음악애호가들이 사랑하는 걸작품 중의 하나가 됐다.

모차르트는 이미 오페라 작곡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으며 그의 천재적이고 절묘한 가사처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모차르트는 종교적 가사를 격정의 드라마로 승화시키는 장중한 레퀴엠을 작곡하였다. 곡의 시작 부분에 나오는 ‘영원한 빛을 비춰 주소서’라는 부분에서 모차르트는 ‘영원한 천국’의 표현에 미약하고 부정적인 표현을 도입한다.

35세 청년 모차르트가 예감하는 죽음은 회의와 우려가 가득한 분노와 저주의 날이다. 죽임을 당한 날 즉, ‘분노의 날’ 악장에서는 모차르트의 활화산 같은 에너지가 악장 전체에 실려 있다. 모차르트가 보는 죽음은 극도의 불안정과 터질 듯한 슬픔의 폭발을 나타낸다.

레퀴엠 전체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Lacrymosa 애절한 슬픔’ 악장은 모차르트가 시작 부분을 작곡하다 죽음을 맞은 것으로 유명하다. 눈물이 떨어지는 장면을 절절하게 음표로 옮겨 놓았다. 이 음악을 듣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음은 모차르트의 애절한 눈물이 우리의 가슴을 적시기 때문이다.

가브리엘 포레(1845~1924)는 모차르트보다 200년 후에 활동한 프랑스 작곡가이다. 부친의 죽음 이후 작곡을 시작한 포레의 레퀴엠은 죽음의 자장가로 불렸다. 포레는 “죽음에 대한 내 느낌은 서글픈 쓰러짐이 아니라 복된 구원이며 영원한 행복에의 도달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레퀴엠을 가곡처럼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변화시켰다. 절제와 간결한 표정으로 순수함과 투명함이 돋보이게 하였다. 어두운 먹구름보다는 맑은 시냇물의 청초함과 청량함이 구석구석 가득하다. 그의 레퀴엠에서는 다른 작곡가들이 표현하는 극적인 하이라이트, 처절한 고통, 그리고 비통한 눈물을 찾을 수 없다.

포레는 죽음을 위로와 평안, 그리고 감사함으로 표현하였다. 마지막 악장 ‘In Paradisum 천국에서’ 죽음이 오히려 평안하다. 그의 음악은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등 당시 포레와 함께 활동했던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들의 햇살 가득한 그림들을 보는 따뜻한 느낌이다.

우리의 마지막 날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 멀게 느껴지던 그 마지막 날이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우리는 어떤 그림과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죽음으로 인한 고통과 슬픔을 피할 수 없지만, 영원한 안식과 평안이 있다는 아름다운 확신도 존재함을 이번 코로나19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과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온 힘을 바친 그분들께 전한다.

함신익 심포니 송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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