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 채워봤자 3천원도 못 받아”…폐지 줍는 노인들 코로나19 여파에 깊어지는 ‘생활고’
“가득 채워봤자 3천원도 못 받아”…폐지 줍는 노인들 코로나19 여파에 깊어지는 ‘생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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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수원시 장안로 한 상점가에서 노인이 손수레 가득 폐지를 줍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폐지와 헌옷 등 각종재활용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소규모 고물상 등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김시범기자
28일 오후 수원시 장안로 한 상점가에서 노인이 손수레 가득 폐지를 줍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폐지와 헌옷 등 각종재활용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소규모 고물상 등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김시범기자

“이거(손수레) 가득 채워도 3천원 못 받아. 수출이 막혔다나 뭐라나…”

28일 오전 9시께 수원 장안구 송죽동의 한 상가에서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종이상자를 손수레에 싣고 있던 P씨(76)는 “지난 겨울만 해도 4개는 거뜬히 채웠는데 요즘에는 2개 채우기도 버겁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의 여파를 토로했다. 불경기로 인해 가게에서 내놓는 고물 양이 크게 줄은 데다 고물상에서 쳐주는 고물 가격도 최근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P씨는 이날 오전 8시에 집을 나와 송죽동 일대를 돌며 파지와 플라스틱 등을 수거했지만 그의 손수레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고물을 팔아 생활비로 쓴다는 P씨는 “상점도 장사가 안 되니 고물이 안 나오고 요새는 꽉 채워 가도 물건을 전부 받지 않는 고물상도 있다”며 “올 초만해도 하루 1만원은 벌었는데 요즘은 5천원 벌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옆 동네 상가 모여 있는 곳 한 번 가보고 거기도 별로 없으면 오늘은 집에 가야지”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멀어지는 P씨의 시선은 내내 골목 이곳저곳을 살피는 눈치였다.

코로나19로 인한 불경기 여파가 ‘폐지 줍는 노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더 괴롭게 만들고 있다.

이날 환경부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지난달 기준 ㎏당 폐지(신문지) 가격은 74원으로 전년 동월 99원에 비해 25% 하락했다. 폐플라스틱 재생원료 가격도 이달 기준 490원으로 전년 동기(581원) 대비 15% 떨어졌다. 지난달 페트병 재생원료 보관량은 1만3천t으로 전체 허용 보관량의 80%에 달하며 사실상 포화상태가 됐다.

고물상에서도 어려움을 토로하긴 마찬가지다. 개업 20주년을 앞둔 의왕시 오전동의 A고물상의 매출은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지난해 대비 매출이 30~50% 이상 급감, 역대 최악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안양시 호계동 소재 B고물상 역시 매출이 30~40% 가량 떨어지며 수개월째 적자난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A 고물상 관계자는 “매출 급감으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폐지를 수거 해오시는 분들이 100㎏를 주워 와도 3천원도 못 드리니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헌옷을 수거할 때도 애초 ㎏ 당 400원이었던 헌옷 가격이 현재 200원으로 줄어 ‘너무 짠 것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한동안 재활용품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지면서 이들의 생활고는 당분간 더 깊어질 전망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나아지지 않는 한 당분간 재활용품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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