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의 A 초등학교와 B 중학교가 위치한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이곳 왕복 4차선 도로에는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돼 있지만, 스쿨존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속도를 내는 차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단속 카메라를 보고 달리는 차들은 이를 의식해 스쿨존에 진입하자마자 속도를 줄인 반면, 카메라가 없는 반대편 차선 차들은 굳이 속력을 줄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등교 시간인 오전 8시30분부터 40분까지 단속 카메라가 없는 차선을 지나가는 차량 중 일부는 시속 30㎞/h를 초과하는 위험천만한 모습도 보였다.
같은 날 오후 화성시 C 초등학교 앞 스쿨존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과속 단속 카메라도 없는 이곳은 동작감지센서로 지나가는 차량의 속도를 전광판에 알려주는 ‘과속 정보 표지판’만이 어린이들을 지키고 있었다. 이마저도 아예 고장 나 스쿨존을 지나가는 차량의 속도를 측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표지판이 정상 작동하더라도 한쪽 차선을 지나는 차량의 속도만 측정이 가능했다. C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K씨(40)는 “한쪽 차선만 측정될 줄은 전혀 몰랐다”며 “양쪽 차선의 이동량이 비슷하므로 반대편에도 측정기가 설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린이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도로교통법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 시행이 3개월차에 접어들었으나 경기도 내 등굣길 안전시설 인프라는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이날 현장을 찾은 수원과 화성지역 내 스쿨존 10곳 중 과속 단속 카메라가 없는 곳은 4곳이었다. 나머지 6곳은 과속 정보 표지판으로 대체하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절반이 고장이어서 제대로 작동하는 곳은 3개소에 불과했다. 모든 카메라와 표지판은 한쪽 차선에만 있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 어린이 보호구역 제도 정책 기조를 ‘어린이 보호 최우선’으로 전환, 오는 2022년까지 모든 어린이 보호구역에 과속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했다. 과속 단속 카메라 부적합 지역에는 과속 정보 표지판 등을 설치하는 식으로 대체된다.
그러나 한 방향에만 있는 과속 단속 카메라와 과속 정보 표지판을 두고,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과속 단속 카메라를 한쪽에만 설치해도 반대 차선 차량의 속도도 줄이게 하는 영향을 준다”며 “비용면에서 양쪽 차선에 과속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도내 한 지자체 교통시설팀 관계자는 “과속 정보 표지판은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제공하긴 하지만, 속도 절감에 큰 역할을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를 확대해 스쿨존 안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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