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창 생리대’ 이후 4년, 여전히 생리가 두려운 청소년] 3. 복지 사각지대
[‘깔창 생리대’ 이후 4년, 여전히 생리가 두려운 청소년] 3. 복지 사각지대
  •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 입력   2020. 06. 09   오후 9 :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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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처·나이제한… 생리대 지원 한계

#1. 경기동부권에 거주하는 A양(11)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가출했다. 서류상 양육자는 아버지지만 실제로는 연로한 할머니가 A양과 두 명의 언니, 한 명의 오빠 등 4남매를 보살핀다. 어머니의 연락이 끊긴 탓에 부모의 이혼 절차는 수년째 진행되지 않았고 A양 가족은 아직 법적으로 ‘한부모 가정’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지원을 받지 못하다 보니, 저소득층을 위한 여성청소년 보건위생용품 지원사업 대상에서도 A양 자매 모두 탈락했다. 지난해 A양의 초경이 시작되면서 이들 가족은 매년 생리대를 사는 데만 40만원 이상을 쓴다.

#2. 어머니 없이 편찮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중학교 2학년 B양은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기초생활수급자였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친오빠의 소득이 발생하면서 수급 자격이 박탈됐다. B양은 매월 생리를 할 때마다 빨래와 설거지를 해야 한다. 집안의 유일한 취업자이자 경제적 능력을 갖춘 오빠가 가사를 도울 때만 용돈을 주고, 그 돈으로 생리대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교육전문가에게 상담을 요청한 B양은 “저에겐 생리대가 절박하게 필요해요”라며 “보건실에서 받는 것도, 친구들에게 빌리는 것도 눈치가 보여요”라고 도움을 호소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천차만별 생리대 지원사업을 펼치는 와중 복지 사각지대도 여실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청소년들이 지적하는 한계점은 ▲저소득층에 한정된 지원은 가난함을 낙인 찍는 행위라는 것 ▲초경 시기가 빨라졌음에도 지원대상에서 만 11세 이하는 제외하고 있다는 것 ▲생리대가 현물이 아닌 바우처로 지급될 때 온라인 사용처가 부족하다는 것 ▲학교ㆍ도서관 등 공공시설에 무상 생리대 구비를 위한 제도적 근거가 없다는 것 등으로 축약된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저소득층에 한해 월 1만1천원 바우처(국민행복카드) 포인트로 생리대 구매비를 지급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임산부 등이 주로 사용하는 국민행복카드를 오프라인 유통점에서 내미는 모습 자체에 거부감을 보인다. 빈곤층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두렵다는 이유다. 지난 한 해 여가부 지원사업을 신청한 전국 13만명 중 3만명(23%)이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정부 역시 대표적인 이유를 ‘저소득층 낙인에 대한 부담 우려’라고 꼽고 있다.

또 지난해까지 바우처를 받기 위해선 행정복지센터나 읍ㆍ면사무소를 방문해 신청해야 했고, 온라인 쇼핑몰과 대형 마트 중에서도 국민행복카드 결제가 허용되는 일부 영업점만 사용할 수 있어 절차가 번거롭다는 의견이 많았다. 올해가 돼서야 사용처에 편의점이 추가되고, 생리대뿐 아니라 생리컵ㆍ탐폰 등 구매가 가능해졌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전국 여성청소년의 바우처 신청 비율 자체가 70% 수준에 못 미친다.

이 외에도 정부와 지자체가 규정한 지원대상의 연령기준이 하향 돼야 한다는 주장과 모든 청소년이 편하게 생리대를 쓸 수 있도록 공공시설에 비치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나온다.

성희영 경기여성연대 사무국장은 “생리대 지원 정책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보완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며 “자치단체에서 공론화할 필요가 있고, 경기여성연대도 도내 31개 시ㆍ군이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것과 관련해 현재 7개 지역 토론회를 추진하려고 계획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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