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쟁기 맨 농부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변평섭 칼럼] 쟁기 맨 농부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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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을 하는 A씨는 나이가 들면서 왼쪽 볼에 검은 점이 생겼다. 처음에는 좁쌀만 하던 작은 점이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커졌다. A씨는 온종일 잊고 살다가도 가끔 거울에 비치는 얼굴을 볼 때마다 그 검은 점이 마음에 걸렸다.

하루는 병원에 전화해서 상담을 했더니 5만원이면 깨끗이 해결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는 용기를 내어 5만원을 챙겨들고 가게 문을 나서려다 순간 발을 멈추었다. ‘하루 종일 벌어도 10만원 이익 내기도 어려운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점 하나에 5만원이 너무 아까웠던 것이다. 그런데다 코로나 때문에 하나 있던 아르바이트생까지 내보내야 하는 등 고통을 겪었고 얼굴 점 빼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5월 들어 정부에서 긴급재난자금이 나온 것이다. 그는 그동안 미뤄왔던 기회라 생각하고 병원에 달려가 얼굴의 검은 점을 빼버렸다. 그러고서 얼굴을 보니 마음이 개운하고 기분도 좋았다. 점을 뺐으니 장사도 잘될 거라며 국가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솟아났다. 가족조차도 신경 써 주지 않던 얼굴의 검은 점을 이렇게 단번에 없애 버리다니… 정말 좋았다.

그러나 그는 생각해 봤다. 자기 가게에서 번 돈에서 5만원을 꺼낼 때처럼 부담스럽지 않고 막연히 국가가 베푸는 시혜로만 생각했는데 전 국민에게 얼마나 많은 돈이 지출됐을까를 생각하니 눈이 번쩍 뜨였다. 이래도 국가의 곳간이 버텨 낼 수 있을까. 결국, 곳간을 채워야 할 사람은 국회의원이나 장관 등이 아니라 국민이고 좁혀서 말하면 ‘나’이고 내 아들 딸이라는 생각을 하면 A씨가 왜 눈이 번쩍 뜨였는지 이해가 된다.

우리는 이미 세금, 연금, 보험료 등 국민부담액이 고령화와 폭발적인 복지수요로 지난해 처음 1천만원이 넘은 상태이고, 국가 부채 역시 40.7%나 되고 있다. 1년간 움직이는 정부 자금의 절반 가까이 빚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독일 64%, 미국 136% 등 선진국들의 국가채무 비율이 우리보다 높다는 것을 지적하며 우리의 국가채무 관리는 어렵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독일 같은 나라는 자국의 화폐가 기축통화이기에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며 반론을 제기하는 측도 있다.

어쨌든 빚은 빚이다. 빚은 갚아야 하고 그것은 국채발행, 세금 같은 경색된 길밖에 없다. 이것이 제대로 안 되면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남미의 악몽을 떠올리게 된다. 이들 남미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포퓰리즘에 빠져 현금 살포를 서슴지 않다가 급기야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에 이르고 있다. 거기에다 코로나 사태는 갈수록 악화돼 브라질의 경우 34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올 정도로 통제 불능 상태다.

그렇다. 코로나도 그렇고 정부 재정운용 역시 효율적 통제가 절대적이며 그 모든 진행이 예측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코로나의 큰불은 꺼진 듯했으나 여기저기 숨은 불씨로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가운데 2차 추경 12조 2천억원에 이어, 35조 상당의 제3차 추경도 국회에 상정할 태세다. 그리고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의 성장동력을 구축하고자 앞으로 5년간 76조를 투입할 계획이다. ‘한국형 뉴딜’이 그것이다. 정말 엄중한 시기에 놓여 있다. 따라서 180석 거대 여당이 이 문제에 올인해야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것인데 미래가 아니라 과거에 집착한 모습, 이념 싸움에 동력을 쏟는 모습은 자칫 국가 생존이 달린 경제문제와 코로나 사태를 소홀히 한다는 우려를 줄 수 있다. 소에 쟁기를 잡은 농부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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