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녹화로 진행된 수원시립공연단의 <그 여자의 소설>, 그때의 감동과 시대의 아픔을 무대와 영상 모두에 담다
온라인 녹화로 진행된 수원시립공연단의 <그 여자의 소설>, 그때의 감동과 시대의 아픔을 무대와 영상 모두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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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이기, 평화로운 세태, 안전한 치안 등은 당연한 조건처럼 느껴진다. 이런 조건과 상식이 당연하지 않았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수원시립공연단이 지난 12일 녹화한 제13회 정기공연 <그 여자의 소설>은 격동의 대한민국 근대사를 살아 온 한 여인의 애환을 담았다.

이 공연은 이날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오후 2시와 7시 두 차례에 걸쳐 무관중 공연 형태로 녹화됐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전히 진행 중이나 수원시립공연단의 사람들과 문화 간 거리를 멀어지지 않게 하려는 기획 의도, 사회적 재난 속에서도 윗 세대의 아픔과 현대의 감사함을 상기하는 메시지 전달 의지가 엿보였다.

공연에 앞서 장용휘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은 출연진에게 ‘전달력’을 강조했다. 오프라인 공연과 달리 녹화 방송은 조그만 발음, 억양 실수가 있어도 보기 싫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마님! 어르신네한테 정 안 붙일게요. 그냥 아들만 하나 낳아드리고... 다시...”

“아들 하나만 낳아 주고 다시 가도 되는 줄만 알았지. 이 어리석은 년이. 여보 날 데리러 왔지요?”

공연은 ‘씨받이’로 반 세기 넘게 살아 온 ‘작은댁’의 일생을 담았다. 극은 무대를 좌ㆍ우측으로 나눠 우측에 현대를 살아가는 작은댁이 결혼을 앞둔 손녀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며 과거를 회상하고 좌측은 작은댁이 회상한 과거의 이야기가 진행됐다.

작은댁은 18살에 시집와 딸을 낳았지만 독립운동을 하러 만주로 떠난 남편이 5년 간 연락두절되자 일본 경찰의 괴롭힘과 시댁의 경제난을 이기지 못해 부잣집 김씨네 씨받이가 된다. 당초 아들만 낳고 딸과 함께 다시 시댁으로 돌아가거나 절에 들어가려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김씨네 식구로 살아가게 된다.

김씨네 식구로 살아온 삶에서 아들을 낳지 못한 본처이지만 작은댁을 그 누구보다도 아낀 ‘큰댁’, 씨받이 자리를 마련해 준 김씨네 하녀 ‘귀분네’ 등 조력자들이 함께 해 극 중 분위기를 마냥 어둡게만 이끌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6ㆍ25 전쟁 당시 피난가던 중 큰댁의 사망, 만주에서 돌아 온 남편과 재회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이별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 ‘지난 삼 년 동안 못해 준 게 뭐 있냐. 이밥을 안해 줬나. 보약을 안 다려 먹였나. 동경에서 온다는 오렌지라는 것도 나는 먹고 싶어도 꾹 참고 정성을 들였는데’ㆍ‘허어! 애기 업은 사람이 조심성이 없어! 장손을 맡았으면 눈 똑바로 뜨고 다녀야지’ㆍ‘난리가 사람잡네 남의집 장손 며느리로 들어와서 열일곱에 일본 공장에 가서 돈을 안 벌었나, 제사를 손타게 했나, 그저 아들 하나 못 낳은것 빼놓고 안한게 뭐가 있는 분이냔 말이야. 형님! 눈을 어찌 감으슈? 야속한 사람! 매정한 사람!’ 등 당시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사는 극 중 비극을 극대화 했다.

극 중 분위기는 장남 진범의 대사를 통해 극적으로 전환됐다. 어머니가 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외친 ‘도대체 아들 낳는 게 뭐고. 대 잇는 게 뭔데 이렇게들 사셨어요! 나는 뭐고, 작은엄마는 뭐예요!’ 라는 대사로 과거 회상을 마쳤다. 이는 단순 과거 회상을 마친 걸 넘어서 근대에서 현대로 시대가 변했음을 알리고, 정식 혼인신고 등을 통해 작은댁의 비극도 막을 내림을 알렸다. 이후에는 현대의 작은댁이 손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만들던 저고리를 완성하며 극을 마쳤다. 이전 세대 여성의 비극을 다시 겪지 말라는 바람과 달라진 세상의 희망찬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장용휘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은 “한국연극 100주년을 맞았지만 코로나19로 새 공연을 열기 여의치 않아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공연을 열고자 이번 작품을 준비했다”라며 “연수 단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됐길 바라며 오는 20일부터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에서 오프라인 공연이 열리는만큼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녹화된 공연은 더블 캐스팅에 따라 총 2부로 나뉘어 다음달 초 수원시립공연단 유튜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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