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커뮤니티] 이 마스크 받아도 될까요?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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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연 속 주인공의 시점에서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 편집자주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마스크는 품절 대란을 겪던 1~2월. 나는 아무 생각없이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런데 4~5살 쯤 돼 보이는 남자 아이와 9~10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마스크도 없이 소매로 입을 가린 채 편의점 앞에 서 있었다.

"못 사는 애들인가?"

아이들의 행색을 보며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편의점 안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계산하려는데, 매대에 아동용 마스크 4개가 남아 있었다. 뽀로로가 그려진. 그때는 뭔 생각이었는지 그걸 사서 밖에 서 있던 아이들에게 줬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지금 위험해서 주는거야. 마스크 얼른 써."

"감사합니다."

"어디 사니?"

"OO 옆에 살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직감했다. 정말 못 사는 아이들이라는 걸. 왜 집에 가지 않느냐고 묻자, 아이들은 마스크가 없어서 들어갈 지 말 지 고민하고 있었다고 했다. 나는 또 무슨 생각이었는지 아이들에게 도시락과 물을 사서 손에 쥐어주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편의점 앞에서 그 여자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고 인사하자, 그 아이는 내게 사탕 3개를 꺼내주고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그 순간 나는 다시 그 아이를 돌려세우고 동네마트에 데리고 가 쌀과 물, 김치, 라면을 사서 집까지 같이 가자고 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아이의 집은 낡디 낡은 집. 내가 들어서자 아이들과 살던 할머니가 누인 몸을 일으켜 세웠다.

"별 거 아니예요."

마트에서 사온 물건들을 냉큼 드리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에서 아이에게 받은 사탕 3개를 먹었다. 근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그날 이후 나는 몰래 그 집 앞에 귤, 라면, 음료수, 사탕, 과자 등을 두고 왔다.

시간이 흘러 잠시 코로나가 주춤했던 지난 주말. 그 편의점 앞에는 할머니와 여자 아이가 서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움이 앞섰다.

"잘 지냈어? 할머니, 몸 괜찮으세요? 언제부터 계신거예요?"

그러자 할머니는 대답 대신 왠 검정 비닐봉지를 내게 건넸다.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할머지는 내 손을 꼭 잡아 주시며 "고맙다"고 몇 번이나 말씀하시고는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나는 집에 와서야 봉지 안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안에는 삐뚤한 글씨로 쓴 편지 1통과 현금 1만8600원, 사탕 2개, 천으로 직접 만든 마스크가 들어있었다. 할머니는 아이들과 함께 예전에 살던 지방 친척집으로 간다고 했다. 편지에는 '그동안 고마웠다, 편의점 밥 말고 맛있는 거 사먹어'라고 적혀 있었다.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매일 바쁘다는 핑계로 더 잘 챙겨드리지 못한 게 후회됐다. 이 마스크 내가 받아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든다.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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