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제 조금이나마 돌려 드리고 싶습니다.”
광주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유재건군이 광주시 경안동행정복지센터에 기부금을 전달하며 한 말이다.
지난 11일 유군의 아버지 유창성씨가 경안동행정복지센터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유씨는 기부를 하러 왔다며 조심스럽게 봉투 두 개를 내밀었다.
유씨가 내민 봉투에는 손글씨로 ‘관내 홀몸 어르신들 한 끼 식사지원 30만원’과 ‘관내 저소득층 학생 10만원씩 2명, 20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유군이 올해 광주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하며 받은 장학금(100만원) 중 일부를 지역 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고 싶다며 아버지를 통해 전달한 것. 유군은 또 장학금 중 30만원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학업에 열중인 고3 저소득층 선배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학교에 기부하기도 했다.
유군의 작지만 뜻깊은 기부는 장 지글러 저자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도서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아버지의 설명이다. 유창성씨는 “최근 재건이가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지역의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부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할 만큼 학업성적이 우수한 유군은 평소 학교 내 학생들을 위한 학습지도를 하는 등 봉사활동에도 열심히 하고 있다.
유군의 성적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만 해도 20~30점을 받던 유군의 성적은 6학년이 되던 해 수학학원을 다니면서 달라졌다. 비록 3개월 짧은 시간이지만 이 기간 공부에 대한 흥미를 느끼며 중학교에 입학해 실시한 진단평가에서는 올백을 받았다. 유군은 현재 삼성장학재단과 카이스트 지원을 받으며 카이스트 입학을 목표로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유군은 “어려울 때 경안동사무소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이제는 조금이나마 다시 돌려주고 싶었다”면서 “홀몸어르신 30분께는 따뜻한 한 끼의 식사를, 그리고 나처럼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는 약간의 생활비를 지원하는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안동행정복지센터는 유군의 기부금으로 홀몸어르신 30명에게 초복을 맞아 삼계탕을 구매해 가정 내 배달할 예정이다. 한 부모 가정 자녀 중 고등학생 2명에게도 10만원씩 생계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광주=한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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