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변화 정보와 모기 감염병 예측기술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우리를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윙윙거리는 소리와 가려움으로 잠을 설치하게 하는 불청객 ‘모기’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상승으로 인해 모기의 출현 시기가 더 빨라지고 있으며, 서식지까지도 넓혀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기후변화가 모기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모기의 암컷은 산란기에 영양분 확보를 위해 인간과 동물의 피를 흡혈하고 그 과정에서 질병을 옮기기도 한다. 모기를 매개체로 전염되는 질병으로는 말라리아, 일본뇌염, 뎅기열 등이 있다. 말라리아는 국내에서 1970년대 종식되었다가 1993년 재출현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북한 접경지역인 경기도와 강원 북부에서 매년 500~600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말라리아는 가장 일반적인 모기 감염병으로 매년 약 2억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43만8천명 이상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세계의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정보와 영향을 묶어 제5차 평가보고서(2014)를 발간했는데, 이 보고서에는 기후변화로 인하여 기온이 상승하면 말라리아, 뎅기열 등 모기 관련 질병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담겨있다. 즉, 기후변화는 온도, 강수량의 기상요소 변화뿐만 아니라 모기의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줘 모기 감염병 위험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모기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각 나라에서는 모기 활동을 예측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남동지역의 기후학자, 곤충학자, 공중보건학자 전문가들이 공동연구를 수행해 모기 매개 질환의 위험을 예측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을 개발했고, 일본은 모기 채집 자료에 기상자료를 접목하여 모기 활동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모기 감염병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기상자료와 지리정보를 활용한 모기 예측기술을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모기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무엇보다 모기 활동을 예측한 사전 방역작업이 중요하다. 이에 기상청은 기상자료와 모기 생육조건을 고려한 모기 활동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말라리아 환자가 많고, 인구밀도가 높아 모기 매개 감염병에 취약하면서, 모기 채집 자료가 다양한 수도권을 우선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상세한 모기 활동 예측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기상, 보건과 지리정보 등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방식을 통해 500m 격자 단위의 모기 활동지수를 산출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하루 동안 활동할 모기의 개체 수를 예측해 1부터 10까지 지수화시키는 것이다.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면 모기예측 정보를 기반으로 능동적인 방역계획 수립이 가능하고, 무분별한 방역약품 사용을 줄임으로써 환경오염 위험을 감소시키고, 또한 관련 예산 역시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높아지는 모기 감염병 위험 역시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모기 방제와 감염병 예방에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 개인은 야외활동 시 긴소매 옷을 착용하고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야간에는 가능한 활동을 자제해야 하며, 국가는 모기 퇴치를 위한 대대적인 방역작업을 펼쳐야 한다. 모기 감염병 예방을 위한 개인의 노력과 국가의 방역작업 그리고 현재 개발하고 있는 수도권 모기 예측기술이 초석이 돼 우리나라 전역이 모기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솔루션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종석 기상청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