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귀이빨대칭이
[지지대] 귀이빨대칭이
  • 허행윤 지역사회 부장 heohy@kyeonggi.com
  • 송고시간 2020. 06. 22 20 : 49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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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둥이가 길쭉한 새들이 악다구니를 친다. 새떼 뒤로 석양이 지고, 주홍빛 노을이 호수로 내려앉는다. 시민들이 ‘조류보호법 제정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펼친다. 줄리아 로버츠와 덴젤 워싱턴 주연의 영화 <펠리컨 브리프>의 첫 장면이다. 이들은 각각 로스쿨에 재학 중인 여대생과 환경문제를 파헤치는 신문기자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는 멸종위기에 놓인 펠리컨을 화두로 놓고 치열하게 펼쳐진다. 펠리컨을 보호하려는 환경단체와 펠리컨들이 사는 호수를 유전으로 개발하려는 정유회사와의 갈등이 숨 막힌다. 호수를 보존해야 인류의 미래가 있다는 게 환경단체의 입장이다. 호수에 송유관을 묻어야만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건 정유회사의 주장이다. 영화는 송유관매설공사로 펠리컨들이 기름에 절은 채 죽어가는 장면을 자주 비춘다.

▶개봉 당시인 1990년대 초반, 대한민국은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지금 같진 않았다. 환경단체들이 후손을 위해 자연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막 내기 시작했던 때였다.

▶평택에서 멸종위기종 민물조개인 귀이빨대칭이가 발견됐다. 경기평택남부생태연구소가 지난 18일 평택시 현덕면 덕목5리 소재 멸종위기종 대체서식지에서 야생동물 보호 관리ㆍ종증식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폐사한 귀이빨대칭이 개체 10여개를 발견, 평택시에 신고했다. 귀라는 단어와 이빨이라는 이름과 대칭이란 명칭을 유추하면 그 생김새를 짐작할 수 있다, 귀이빨대칭이는 강 하류 진흙이 많고 수심이 깊은 곳에서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녀석들이 죽은 채 발견됐다는 점이다. 그만큼 평택을 포함한 경기남부지역도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현실의 반증이다. 생태전문가들도 “보존을 위한 실태조사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귀이빨대칭이 폐사 원인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시급한 까닭이다. 지자체의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조직과 인원 확충도 서둘러야 한다. 귀이빨대칭이 소식을 들으면서 <펠리컨 브리프>의 마지막 대사가 귓전을 맴돈다. “자연을 보호하는 게 인류를 지키는 겁니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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