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약 사먹을 권리 없는 동네, 해결하자

미산면, 신서면, 왕징면, 장남면, 중면. 연천군에 있는 5개 면이다. 모두 약국이 없는 동네다. 연천군 전체 10개 면이다.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보면 연천군의 절반에 약국이 없는 셈이다. 감북동, 감일동, 위례동, 춘궁동, 초이동. 하남시에 있는 5개 동이다. 역시 약국 없는 동네다. 이렇듯 약국이 없는 동ㆍ면이 도내 34개다. 지자체를 기준으로 보면 모두 16개 시군이다. 본보 데이터텔링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다.

약국 없는 동네의 공통점이 있다. 노인인구가 많다는 점이다. 65세 이상 비율이 해당 지역 지자체의 그것을 넘고 있다. 34개 지역 가운데 30개가 그렇다. 노인층의 약 의존도는 젊은 층보다 높다. 약국 갈 일이 그만큼 많다. 이런 곳에 약국이 없다. 가장 가까운 약국을 가는데 1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곳도 많다. 걷기에는 멀고, 교통편도 여의치 않다. 그러다 보니 고통을 참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주민들이 가벼운 통증은 그냥 참는다.

경기도에 약국만 5천95개다. 약국 운영에는 경영 논리가 반영된다. 이른바 ‘목 좋은 자리’를 찾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병ㆍ의원과의 접근성도 중요하다. 의사의 처방전이 필수로 자리 잡으면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일 수 있다. 1만명 이하의 작은 동네에 약국이 들어서기는 어렵다. 3㎢ 크기 수원시 인계동에만 영업 중인 약국이 38개다. 이걸 두고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런 차이를 그냥 두고 볼 수만도 없다.

아플 때 약 사먹을 수 있는 권리, 사람답게 살 권리다. 복지라고 일컫기에도 민망한 기본 복지다. 34개의 무약촌이지만 시군별로는 1~5개 정도다. 이를테면 시흥시에는 과림동 한 곳의 문제고, 군포시에는 대야동 한 곳의 문제다. 중장기적인 과제로 얼마든지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무조건 민간의 영역이라며 방치해놓은 측면이 있다. ‘무약촌’이라는 화두가 생소하다는 것을 우리도 잘 안다. 그래도 해결을 위한 과제로 던지는 이유다.

심야 약국도 운영된다. 지자체가 인건비 등을 지원한다. 지자체 조례가 있어 가능하다. 의약 분업 예외 제도도 있다. 처방전 없이도 약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병ㆍ의원이 없는 농촌 지역을 위한 특례다. 이런 게 다 약국의 공공성 때문에 열어놓은 문이다. 무약촌 해소는 약국의 공공성 실현에 가장 시급한 과제다. 번듯한 약국이 아니어도 된다. 약사 상근이 아닐 수도 있다. ‘약 사먹을 권리’만 보장하면 된다. 방법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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