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마스크 종료 임박… 쌓인 마스크 어쩌나 ‘고심’

정부가 마스크 수급 부족 문제를 해결 위해 실시한 공적마스크 제도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무더운 날씨 등으로 KF 94ㆍ80 마스크(이하 KF 마스크) 수요가 바닥을 치면서 공적마스크 제도 종료 이후 가격 급락 현상 및 재고 처리 문제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마스크 제조업계에서는 차라리 KF 마스크에 한해 수출길을 열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마스크 생산ㆍ유통업체에 따르면 정부는 공적마스크 수급 조치를 7월 11일까지 운영한다. 해당 제도의 유지여부는 11일 이후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재 분위기상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제는 이미 시중에서는 무더운 날씨와 대체재(비말용 마스크)의 등장으로 기존 KF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스크 생산업체가 증가, 공급은 오히려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올해 초 대비 마스크 생산업체가 2배 가까이 많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일선 마스크 제조공장에서는 자체적으로 생산라인 가동율을 낮추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도내 A 마스크 제조업체는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질 때 생산라인을 확장해 하루 평균 30만장의 마스크를 생산했지만, 지금은 하루 6만장만 생산하고 있다. 이미 생산라인의 5분의 1은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특히 공적마스크 제도가 종료되면 그나마 정부에서 소화해주던 물량도 사라지면서 KF 마스크 공급 과잉이 예상되고 있다.

A 마스크 제조업체 대표는 “정부가 코로나19 초기 마스크가 부족할 때는 생산량을 늘릴 것을 권장해 생산라인을 증설했지만, 지금은 그때의 결정이 자충수가 돼 버렸다”며 “공적마스크 제도가 끝나면 공급과잉 사태가 벌어져 마스크를 헐값에 팔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B 마스크 제조업체 관계자는 “이미 국내 수요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마스크 제조업체가 많아져 팔리지 않으면 줄도산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라며 “차라리 KF 마스크에 한정해 수출제한조치를 풀고 마스크 과공급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마스크 유통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현재 약국으로부터 팔리지 않는 KF 마스크 반품 현상이 벌어지며, 재고 처리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C 마스크 유통업계 관계자는 “반품이 들어오면 폐기나 재활용, 공적비축제 납품 등으로 재고를 처리할 것”이라면서도 “반품을 최대한 받을 예정이지만, 약국마다 반품 폭주가 예상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공적마스크 제도를 유지할지, 폐지할지 내부 검토 단계에 있다”면서 “현 단계에서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김태희ㆍ손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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