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비, 장마 그리고 완벽한 날들
[인천시론] 비, 장마 그리고 완벽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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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비 내리고몸 어디인가 소리 없이 아프다빗물은 꽃잎을 싣고 여울로 가고세월은 육신을 싣고 서천으로 기운다꽃 지고 세월 지면 또 무엇이 남으리비 내리는 밤에는 마음 기댈 곳 없어라”

도종환 시인의 <오늘 밤 비 내리고>라는 시이다.

이제 비가 내리는 날이 많을 것이고 이내 곧 장마를 맞이할 것이다. 비라는 것이 어떨 때는 구질구질 칙칙하다고 불평을 하다가도 어떨 때는 비 내리는 광경에 그리고 소리에 우리는 한없이 깊은 사유(思惟)에 빠지기도 한다. 비 내리는 소리에 내 몸, 마음 어디인가 소리 없이 아픔을 느끼고 소멸해 가고 있는 우리 인생의 어디쯤 노년의 삶을 관조하면서 알 수 없는 근원적인 고독함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것이 비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사실 비라는 것이 여러 문학 및 예술 작품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주제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대부분 비와 관련된 작품들은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때로는 쓸쓸하면서 비극적인 소재로 사용되며 한편으로는 긴박한 갈등으로 점철되어 파괴된 후의 소생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설 황순원의 ‘소나기’나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 비를 통해 비극적이면 쓸쓸함을 표현한다면 영화 쇼생크탈출에서 주인공이 온갖 불의를 극복하고 드디어 쇼생크 감옥을 탈출하고 두 팔을 벌려 비를 맞이하면서 또 다른 소생을 준비한다고 볼 수 있다.

비가 오랫동안 계속해서 내리게 되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장마라고 부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장마는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여름철에 여러 날 동안 계속해서 내리게 되면 우리는 장마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장마는 6월 중순에서 7월 하순의 여름에 걸쳐서 동아시아서 습한 공기가 장마전선을 형성하여 남북으로 오르내리면서 많은 비를 내리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이는 동아시아 지역 특유의 기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비가 장마가 되면 우리는 비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속성과 우리가 사고(思考)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경우의 수에서 어찌 보면 나쁜 점만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매년 여름 여러 날 동안 지속되는 비를 통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일련의 감정들을 서구권에 있는 사람들은 7월 한여름 강렬한 햇빛을 즐기면서도 한 편으로는 비가 오길 기다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비와 장마 그리고 완벽한 날들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들의 기대는 각기 다를 것이다.

미국의 시인 메리 올리버는 그녀의 산문집 ‘완벽한 날들’에서 날씨에 대하여 올바른 확실성들 사이의 변화의 매듭이고 고요를 뒤흔들어 광란 상태로 만들었다가 다시 그지없는 행복의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촉매제라고 하였다. 날씨가 가져다주는 어떤 상황에서의 불안정 속에서도 완벽한 날들이 가져다주는 행복과 감사함 그리고 경이로움을 예찬했던 것이다.

장마가 시작되면 비로 인해 피해 보게 될 우리 주위의 재난 취약계층이 먼저 생각나고 어떻게 하면 이분들을 위해 효과적인 재난대비와 대응이 가능할까 고민이 되는 것이 적십자 회장으로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다. 누군가를 감성적으로 만들게 될 비, 누군가에게는 성가신 비, 누군가에게는 장마이겠지만, 비 그리고 장마가 가져다줄 긍정적이고도 완벽한 날은 우리가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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