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확산한 올해 2월 완성차 업계는 ‘와이어링 하네스’ 수급 비상으로 한바탕 어려움을 겪었다. ‘와이어링 하네스’란 자동차 전기장치에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전선 뭉치이다.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공정이다 보니 완성차 업체에 이를 공급하는 주요 업체들은 임금이 저렴한 중국으로 공장을 옮겨 생산했고,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공장의 생산에 차질이 생기자 부품 확보가 어려워진 국내 완성차 업체까지 가동이 멈춘 것이다. 이번 ‘와이어링 하네스’ 사태를 계기로 완성차 업계는 중국 외 국내, 동남아 등에서 부품 조달을 확대하는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동안 글로벌 가치사슬은 원가경쟁력 측면에서의 장점이 부각돼 왔는데, 최근 코로나19의 확산, 미ㆍ중 무역전쟁 등의 영향으로 기업들은 현재의 공급망이 안전한지 고민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의 효율성은 강력하지만 코로나19로 사람과 무역, 자본의 흐름이 멈추면서 세계화의 한계가 드러났다. 기타 고피너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경제학자는 “팬데믹으로 세계화 비용과 편익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으며, 비용 절감을 위한 글로벌 공급망의 위험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세계화의 ‘효율성’ 못지않게 ‘회복력과 위험성 관리’가 중요해지고 부품의 국내조달 비중 확대 필요성이 커지게 되면서 생산기지가 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실제로 미국은 이미 오바마 정부에서 제조업 부활을 목표로 하는 리쇼어링 정책을 시작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가속화 했다.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인센티브 제공,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생산시설의 본국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유턴기업 지원제도’를 통해 유턴기업 지원을 시작한 이후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2018년에는 ‘유턴기업 종합지원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최근 ‘해외 진출기업 비공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 중 93.6%가 국내 복귀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 지난 3월 말 기준 해외 진출 국내기업 1천28곳 중 962곳은 현행 해외 사업장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해외 사업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기업이 꼽은 ‘국내 이전을 검토하지 않는 이유’(중복 응답)는 ‘생산비용 상승’이 66.7%로 가장 많았고, 노동 환경(58.3%), 각종 규제(33.3%), 구인난(25.0%) 등도 국내 ‘유턴’을 가로막는 걸림돌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리쇼어링은 단지 국내 생산과 일자리 확대의 수단이 아니라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국제 무역질서 변화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을 줄이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국내 산업 공급망을 지키는 문제와 직결된다. 기업은 생산기지의 위치를 결정하는 최적의 주체이다. 그러므로 생산비용이 더 비싼데도 불구하고 본국으로 옮길 때 얻을 수 있는 명확한 장점이 있다면 기업들의 리쇼어링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국내로의 유턴을 강조하기 이전에 이를 가로막는 걸림돌을 제거하고, 기업의 생산 구조뿐 아니라 기업 및 업종별 비용 편익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조영화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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