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아이 손 어른 손 자꾸만 손이가…’. 농심 새우깡 CM송이다. 1980년대 후반에 나온 노래는 경쾌하면서도 쉬운 가사가 특징이다. 오전에 들으면 온종일 입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했다. 고단한 퇴근길, 새우깡 한 봉지면 열 안주 안 부럽던 때도 있었다. 49년째 국민 스낵으로 사랑받아 온 새우깡이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부는 ‘깡 열풍’에 더욱 인기다. 농심은 지난 한 달간(524~623) 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30%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2017년 12월1일 가수 비는 오랜 휴식 끝에 미니앨범을 내놓는다. 타이틀곡이 ‘깡’이다. ‘…난 꽤 많은 걸 가졌지 수많은 영화제 관계자 날 못 잡아 안달이 나셨지 귀찮아 죽겠네 알다시피 이 몸이 꽤 많이 바빠 섭외 받아 전 세계 왔다 갔다 팬들이 하늘을 날아 WHOO!…’. 자아도취형 가사와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듯한 안무는 혹평으로 이어졌다. 공식 유튜브에는 온갖 조롱 섞인 댓글이 달렸다. 반복적으로 댓글을 다는 누리꾼들도 생겨났다.
▶‘미운 정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3년이 지난 지금 하루 한번 ‘깡’ 영상에 댓글 달기로 번지면서 ‘1일1깡’ 신드롬을 낳고 있다. 대중들은 놀림 대상이 돼도 주눅이 들지 않고 오히려 당당한 비의 모습에 더 열광한다. 비가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래 ‘깡’이 뒤늦게 주목받는 것을 두고는 “아침 먹고 점심 먹고 저녁 먹고 1일3깡 정도는 해야 한다”며 능청을 떨자 ‘1일3깡’이 주요 검색어로 부상했다. 심지어 ‘1일7깡’도 서슴지 않는다는 팬들이 ‘1깡은 새우깡’, ‘식후깡’ 등 해시태그와 함께 새우깡 구매 인증사진을 올리고 있다.
▶새우깡은 1971년 탄생했다. 국내 첫 스낵 개발에 나선 농심은 짭짤하지만 고소한 맛에 포커스를 맞춘다. 주재료는 맛도 좋고 칼슘도 풍부한 새우였다. 고소한 맛과 향을 높이고자 생새우를 갈아 넣었다. 새우깡 한 봉지(90g)에는 5∼7㎝ 크기의 생새우 4마리가 들어간다. 기름에 튀겨내는 방법 대신 가열된 소금에 굽는 방법도 주효했다. 특유의 담백하고 바삭한 맛은 반 백년 한결같이 사랑받아 온 비결이 됐다.
▶지난해 7월 발생한 ‘꽃새우 전쟁’은 최고 품질의 새우만을 고집하는 데서 시작됐다. 농심은 한해 300∼500여 톤에 달하는 꽃새우를 전라북도 군산 어민들에게서 사들인다. 군산 꽃새우 전체 생산량의 70%에 해당한다. 새우 품질이 나빠졌다는 이유를 들어 미국산으로의 교체를 선언하자 난리가 났다. 거센 반발에 방침을 철회했지만 ‘품질보증’이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품질우선은 연간 700억 원 매출의 비결이었던 거다. 이유없이 바람이 부는 건 아니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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