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옛 선경직물 공장, 전시문화공간으로 살아난다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은 수원에서 태어난 대표적 기업이다. 현 SK 그룹의 모태이자 뿌리다. 6·25전쟁이후 1953년에 수원 평동에 첫 문을 열었다. 67년 전 수원의 유일한 방직기업이었다. 시민은 물론 근무 직원들의 애환이 곳곳에 담긴 곳이다. 옛 선경직물 공장 터가 대규모 중고차 매매단지로 바뀌면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본보 2019년 5월11일자 보도). 세월의 풍상을 겪으며 몇 교대로 쉼 없이 방직기가 돌던 공장이 사라졌다. 그간 시민단체들은 문화유산으로 가치가 높은 공장이 보존되길 바랐다. 또 요구했다. 하지만 주차장 진입로를 내기 위해 결국 공장 건물은 철거됐다. 보존가치가 주차장만 못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뒤늦게 SK가 나섰다. 다행이다. SK 측이 ‘선경직물 옛 건물을 시민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연출하고 싶다’는 의향서를 수원시에 전했기 때문이다.

자칫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번한 선경직물이 다시 살아난다. 옛 선경직물 사무실로 사용했던 관리동과 본관동 건물이 재현돼 있다. 일부 흔적이 남아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협약서를 체결했다. SK네트웍스와 SK건설과 함께 옛 선경직물 재현건물 재조성 협약을 맺고 전시문화 공간조성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앞으로 관리동을 신축하고 본관동과 관리동에 옛 선경직물 방직기, 관련자료 등을 전시한다. 수원의 근현대 산업의 발전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말 ‘수원 근현대 산업사 전시관(가칭)으로 시민 품으로 온다.

역사는 사람들에게 과거에 대해 알려준다. 그럼으로써 미래에 대한 판단을 하게 만든다. 선경직물 창업자인 고 최종건 회장은 오늘날 SK의 주춧돌을 놓은 ‘수원인’이다. 그는 수원최초의 도서관인 선경도서관을 세워 수원시에 헌정했다. 교육과 문화의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다. 향토문화발전에 기여했다. 그 공로로 ‘수원시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되기도 했다. 옛 터는 보존도 중요하지만 활용이 더 중요하다. 다들 그 장소를 찾아가고 관심을 갖고 보존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그 장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는 잘 이야기 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공간의 역사성을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사람들이 친숙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경기도에 보존가치가 있는 건물들이 도시재생이나 재개발 사업 등으로 그 흔적이 점점 사라진다. 국내 최초의 만년필 생산 회사인 성남 파이롯트 필기구 공장도 그 중 하나다. 선경직물 공장은 수원의 근대산업유산이다. 기업의 의지로 창업정신이 멸실되지 않고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역사의 흔적이 살아있는 산업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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