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타려면 8차선 도로 2번을 건너라는 겁니다. 주민도 학생도 없는 공원에 출입구라니…누구를 위한 역(驛)인가요?”
안산ㆍ시흥과 서울 여의도를 잇는 신안산선(2024년 개통 예정) 한양대역(가칭)의 ‘단 하나’뿐인 외부 출입구 위치를 두고 인근 주민과 한양대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민간사업자가 계획한 한양대역의 출입구가 사실상 지하철 주이용자로 예상되는 아파트 주민ㆍ한양대생들과 정반대에 위치, 인근 아파트 4천여세대 주민들과 1만여 한양대생들의 편의가 철저히 외면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9일 국토교통부의 ‘신안산선 복선전철 사업 개요’를 보면 국토부와 민간 기업 넥스트레인㈜이 함께 추진하는 신안산선은 안산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부터 광명시를 지나 서울 여의도까지 총 44.7㎞를 잇는 광역 철도다. 사업비 3조3천465억원(국비 50%ㆍ민간 50%)이 투입되며 지난해 9월 착공을 시작해 현재 기초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안산시가 공개한 ‘신안산선 추진사항’에 따르면 안산시는 한양대역 예상 수요로 아파트 단지 방향 50%, 한양대 방향 30%, 안산호수공원 방향 15%로 판단했다. 80%가 주민과 학생들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 셈이다.
그럼에도 신안산선의 종점역 한양대역의 외부 연결 출입구 위치가 근처 아파트 및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위치와 정반대인 안산 호수공원 인근 부지로 계획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계획된 한양대역과 한양대, 아파트 단지는 8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어 안전성 문제도 거론돼 주민과 학생들의 불만은 갈수록 증가할 전망이다.
한양대 학생들은 계획된 한양대역의 위치를 놓고 ‘당위성’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최재의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부총학생회장(24)은 “주거지역 근처도 아니고, 학교도 아닌 동떨어진 공간에 있는 출입구는 비효율적인 판단”이라면서 “8차선 도로를 2번이나 건너야만 지하철을 탈 수 있는 현 위치는 학생들의 편의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양대에 따르면 현재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재학생(1만3천여명) 중 70~80%가 4호선(한대앞역)을 이용하고 있다. 한양대는 신안산선 개통 시 약 1만여명의 학생들이 한양대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불만은 주민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한양대역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는 고잔 푸르지오 아파트 6ㆍ7ㆍ9차로 총 4천여세대 주민이 입주해 있다. 푸르지오 아파트 6차 주민 P씨(46)는 “8차선 도로는 차량 이동이 많고 평균 속도도 빨라서 아이들에게도 반드시 육교를 통해 건너라고 말할 만큼 위험하다”라며 “주민들이 아직 한양대역 출입구 위치를 모르는 상황인데, 현재 계획을 알게 되면 뒤통수를 맞은 기분일 것”이라고 분개했다.
더구나 한양대 인근에는 경기테크노파크ㆍ엘지이노텍 등 연구원이 밀집된 지역이다. 또 한양대 에리카캠퍼스가 캠퍼스혁신파크 선도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주변에는 기업, 연구소부터 주거ㆍ상업지구까지 들어올 예정으로 한양대 방향의 신안산선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국토부 철도투자개발과 관계자는 “한양대역 외부 연결 출입구는 건물형으로 넓은 부지가 필요한데, 사유지와 영업권 등에 접촉을 최소화하다 보니 현위치로 계획하게 됐다”며 “교통수요조사도 이상 없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넥스트레인 관계자는 “국토부와 합의해 정한 위치”라고 일축했다.
구재원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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