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립정신병원 재개원 한달…병상 가동률 22%, 코로나·구조적 한계 운영 위기

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재개원한 ‘경기도립정신병원’이 위기다.

개원 한 달이 지난 현재, 50여명의 의료진이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 입원환자는 단 13명뿐이다. 병상 가동률은 22%로, 이는 당초 예상의 4분의 1 수준이다. 경기도립정신병원은 연간 50억원에 달하는 인건ㆍ운영비가 소요돼 환자 확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는 현재(지난 8일 기준) 경기도립정신병원의 병상 가동률이 22%(50병상 중 11명 입원)라고 12일 밝혔다. 지난달 11일 개원 이후 퇴원 환자 2명을 포함해도 총 13명만 입원한 셈이다.

앞서 30여년 도립정신병원을 위탁 운영한 용인병원유지재단이 지난해 경영 악화를 이유로 물러나 도는 폐원 결정을 내렸지만, 공공의료기관 필요성에 따라 경기도의료원이 운영하는 방식으로 (구)서울시립정신병원(용인시 기흥구)에 재개원을 추진했다. 이후 50병상 규모, 의사 6명을 비롯해 총 53명이 근무하는 체제로 지난달 재개원했다. 특히 24시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며 중증정신질환자의 응급ㆍ행정입원이 가능한 대응체계를 구축, 세계보건기구(WHO)가 재개원일을 맞아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감사장(정신질환자 인권 증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재개원을 맞은 병원에 환자의 발길이 드물다. 도가 연초 수립한 ‘새로운 경기도립정신병원 사업계획’에 명시된 ‘병상 가동률 88%(44명)’를 훨씬 밑돌고 있다. 도는 해당 계획서에 ‘지역사회 욕구 증가로 병상 가동률이 개원과 동시에 증가 예상’이라고 전망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환자들이 병원을 찾지 않는 것은 병원 재정에 직결되는 문제다. 도립정신병원의 한 해 운영 예산은 47억2천만원이다. 이중 도비 보조금이 37억원에 달하고, 나머지 10억2천만원 중 8억8천만원을 입원 수익으로 충당해야 한다. 입원 환자가 예상보다 적으면 병원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처럼 재정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고정 지출 항목인 인건비만 25억3천만원에 달한다.

병원은 당초 예상과 달리 입원 환자가 적은 이유를 크게 2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입원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코로나19 음성’이 입원 필수 조건인데, 정신질환자 특성상 검사를 받게 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검사를 받더라도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다른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한다.

또 이번 도립정신병원에서 새로 도입한 ‘24시간 응급대응체계’도 실효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상시 병원이 가동되면 응급 정신질환자가 적기에 치료ㆍ입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긴급한 정신질환자일수록 자해ㆍ사고 등으로 인한 외상을 동반한다는 게 문제다. 현재 도립정신병원에는 외상치료 체계가 없는 만큼 이러한 환자들은 일반 외상병원으로 옮겨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불가피한 상황이 있는 가운데 병원 활성화 측면에서 부진한 점이 있다”며 “코로나19 환자 대응 과정에서 절차 개선, 도민 홍보 강화 등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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