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족친화 기업에만 가사 지원…차별에 두번 우는 맞벌이 부부

“이미 사내복지 혜택을 누리는 직장 근로자인데 가사서비스까지 지원하는게 말이 되나요”

경기도가 ‘노동자 가사서비스 지원 사업’ 수혜자를 ‘가족친화 일하기 좋은 기업ㆍ여성고용우수기업’으로 인증된 일부 공공기관(8개) 및 기업(45개)에 재직중인 근로자(132명)로 한정하면서 지원혜택에서 배제된 맞벌이 가정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충분한 사내복지 혜택을 받는 근로자들에게 경기도가 추가로 가사서비스를 지원하는건 ‘특혜’라는 지적이다.

경기도는 근로자의 가정 내 여가시간 확보를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노동자 가사서비스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총 사업비는 1억2천만원(이용지원금 약 1억원ㆍ업체운영비지원 약 1천만원ㆍ예비비 약 1천만원)으로 도는 민간 업체를 선정, 근로자에게 집 청소, 세탁 등의 가사서비스(1회당 5만원, 연 최대 75만원)를 지원한다.

문제는 이번 지원사업이 우수한 사내복지 시스템을 갖춘 특정 기관 및 기업에 다니는 근로자만 받을 수 있다는 데 있다.

경기도는 지난 4월 ‘가족친화 일하기 좋은 기업’과 ‘여성고용우수기업’ 인증을 받은 273개사만을 대상으로 수요조사에 나섰고, 이 중 53개사 132명의 근로자를 선별했다. 즉 해당 인증을 획득하지 못한 일반 기업 근로자들은 애초부터 자격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셈이다. 이번에 선정된 53개사 중에는 ‘가족친화 일하기 좋은 기업’ 인증을 받은 도내 공공기관 8곳(도 공공기관 3곳 포함)을 비롯해 총 35곳(66%)이 포함, 불평등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해당 인증기업들은 일반 직장인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사내 복지 시스템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발간한 ‘2019 경기가족친화 일하기 좋은 기업’ 사례집을 보면 해당 기업들은 ‘유연근무제 시행’, ‘육아기 근무시간 단축’, ‘자녀 양육비지원’, ‘가정의날 운영’(특정요일 정시퇴근), ‘장기근속휴가’ 등 안정된 사내복지를 구현하고 있다.

수원에서 두 자녀(5ㆍ2세)를 키우는 워킹맘 김지숙씨(35)는 “경기도가 맞벌이 직장인에게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대에 부풀었다가 ‘가족친화 인증기업’ 재직자만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몹시 실망했다”면서 “아이가 아파도 회사 눈치로 조퇴조차 쉽지 않은 영세 사업장 근로자에게 이 같은 정책이 더 필요한 것 아닌가 묻고싶다. 복지에서조차 양극화가 생긴 기분이라 씁쓸하다”고 허탈해 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는 일가정 양립문화 확산에 동참하는 기업을 장려하고자 이 사업을 시행한 것”이라며 “다만 맞벌이 가정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개선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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