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소리로 현대음악과 신명나게 놀아보자~" 가장 '힙'한 소리꾼 이희문

이 시대 가장 ‘힙’한 소리꾼은 이희문이다. 경기소리를 전공한 그는 전통의 벽을 허물어 현재의 음악으로 만든다.

제아무리 전통을 고수한 옛 음악이라 해도 별수 없다. 그의 무대에선 요즘의 가장 ‘핫’한 음악으로 재탄생 한다.

그런 그가 최근엔 <한국남자> 2집을 발매했다. 재즈 쿼텟 프렐류드와 3년 만의 만남이다. 앨범 재킷부터 심상치 않다. 백설공주가 입을 법한 빨간 드레스에 콧수염을 붙이고 머리를 양갈래로 땋았다. 옆엔 호랑이가 한 마리 있다. 음악은 더 신선하다. 경서도 민요를 재즈의 문법으로 재해석하고 전통성악과 서양의 기악을 융합시켜 화제를 모았던 이들은 이번엔 경기소리인 잡가와 비밥 재즈의 인터플레이를 선보인다.

지난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그는 “비대면 공연도 하고 있고, 한국남자 2집 발매로 인터뷰 등을 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다”면서 “전통 예술을 하는 입장에서 동시대성을 가지고 대중과 함께 소통하고 싶었는데, 지금 대중들의 요구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한국남자> 2집은 경기소리인 잡가에 재즈를 섞었다. 잡가는 소리꾼들이 처음 배우는 소리다. 잡가로 테크닉을 연마하고 발성을 다듬어 자신만의 소리를 만든다.

“1집이 잘 나왔으니, 2집은 대중성과는 멀어도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남들이 안 가본 곳 가보고 구경하고 와봐야 하는 성격이라서, 한 번 해보자 마음먹고 석 달 동안 만들었어요.” 앨범에는 ‘선유가’ ‘제비가’ ‘금강산타령’ ‘풍등가’ ‘달거리’ 등이 담겼다.

그의 공연엔 파격과 즐거움, 신명이 있다. 그래서 그의 공연을 아예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최근 프렐류드, 놈놈과 함께 선보인 2020 경기국악원 <짬콘서트:조선클럽> 콘서트, 경기문화재단의 <드라이빙 씨어터> 양평에서는 비대면 공연임에도 랜선 너머 관객, 자동차 안의 관객에게 에너지를 고스란히 전달했다. 

“예전엔 소리꾼은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압박이 심했는데, 이제는 소리를 안다고 해야할까요? 무대를 오롯이 즐기면서 그 에너지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 같아요.”

그는 남들보다 비교적 늦은 스물일곱 살이 돼서야 소리를 배웠다. 경기소리로 유명한 명창 어머니(고주랑) 밑에서 자신은 민요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뮤직비디오 조감독 생활을 하던 중 우연찮게 스승을 만나게 됐다. 늦게 시작했지만 끼는 감출 수 없었다. 경기민요를 이수했고 출전한 대회에서 온갖 상을 휩쓰는가 하면 2017년에는 프로젝트 그룹 ‘씽씽’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희문은 자신의 성향대로 전통을 깨고 현대의 음악과 결합해 색다르게 펼쳐나갔다. 전통은 시대에 맞게, 자기 색깔에 맞게 현재형으로 변해 나가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대와 융합하고 틀을 벗어나려던 전통음악은 이희문을 만나 제대로 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경기소리라는 본연의 전공, 자기다움은 잃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경기소리라는 음악을 당분간 제대로 가지고 놀아볼 테다. “경기소리는 너무나 미개척 분야인데, 아무도 연구를 안 해서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내가 하는 경기소리의 역사를 다시금 들여다보면서 아카이브했던 작업을 놓지 않고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해온 <깊은 사랑> 시리즈 역시 그 중 하나다.

이희문의 꿈은 계속해서 다양한 콘텐츠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는 “작가주의 성향이 짙은데, 소리를 통해서 현재 내 이야기를 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영상을 원하는 시대이니만큼 콘텐츠를 무대에서 영상 쪽으로 바꿔볼 생각이다. 최종적으로는 영화도 한 편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이희문
▲ 이희문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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