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줏대감 격인 토종식물이 외래 유해식물에 뒤덮여 사라지고 있다. 갈대습지나 매립지, 도로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토종과 외래종의 대결이 치열하다. 토종에 비해 번식력이 강해 외래종이 선점해 자연생태계를 위협한다. 토종식물의 성장을 방해한다. 사회기반시설에도 피해를 준다. 그저 자연현상이라고 미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 안산시 상록구 갈대습지 인근에 조성될 ‘세계정원경기가든’ 49만㎡ 부지가 외래종 식물로 점령되다시피 됐다(본보 7월27일보도). 이곳은 생활 속 정원문화와 시민들에게 체험 공간 등을 제공하기 위해 경기도가 조성할 정원 부지다. 단풍잎돼지풀과 한삼덩굴 등이 2~3m 높이로 군락을 이뤘다. 아마도 이 지역에 외국산 곡물이 반입되면서 외래 유해식물이 함께 들어온 듯하다. 외래종 식물은 기온상승과 국제교류로 번졌다. 검증이 제대로 안 된 외국 종자가 우편 등을 통해 들여와 각종 피해도 우려된다. 수입적응시험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다 더 식물방역법이 강화돼야 한다.
유해 외래종은 그 뿌리에서 다른 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타감(他感) 물질을 분비한다. 타감 물질은 식물이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배출하는 2차 대사물질이다. 토종식물의 종자발아와 생장을 막는 무서운 천적이다. 해마다 유해 외래종식물이 늘어난다. 국립환경연구원과 식물분류학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외래식물은 300여 종이 넘는다. 해마다 늘어나고 유입속도가 빨라졌다.
국가적 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뒷북대응이 아니라 유해식물의 유입경로를 차단해야 한다. 유해식물 분포지역을 조사하여 구체적인 제거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일시적으로 지자체나 소수의 환경단체, 봉사단체 등이 제거 작업에 나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분포된 곳도 워낙 넓고 다양해서 일시에 제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외래종이 새로운 곳에 속속 적응하면서 점점 더 박멸이 어려워지고 있다. 방대한 인원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토종식물이 건강하게 서식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외래식물 제거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지자체별로 시민들에게 외래 유해식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제거활동에 동참토록 모바일 앱과 인터넷을 활용해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들이 환경을 파괴하는 외래 유해식물이라는 사실을 대부분 모르기 때문이다. 일부 외래종 식물이 토종식물과 잡종화를 일으킬 경우 DNA체계의 근간인 우리 식물의 유전자마저 오염시킨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다. 이를 비춰볼 때 외래 유해식물 관리 대책 마련이 얼마나 시급한가를 알 수 있다. 자연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외래 유해식물 목록을 작성하여 철저한 제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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