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반위주(客反爲主)란 말이 있다. 객이 도리어 주인 행세를 한다는 뜻으로 우리말로하면 ‘주걱 쥔 놈이 주인행세한다’는 정도의 표현이다.
국립 인천대학교 이사회가 딱 그렇다.
인천대는 최근 총장 선출을 둘러싼 초유의 망신을 당했다. 총장추천위원회, 학생 및 교수·교직원의 정책평가, 논문 검증, 이사회를 거쳐 선정한 최종 후보가 교육부에서 반려된 것이다. 심지어 최종후보는 구성원 평가에서 3위에 그쳤던 인물이다. 인천대 이사회는 반발하는 구성원에게 “원래 총추위가 순위를 정해선 안되는 것”이라거나 “규정상 3명 중 1명을 뽑도록 했으니, 선출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오만한 해명을 내놨다.
학교 안에서 매주 목요일 촛불시위까지 열게 한 이들의 선택은 결국 교육부의 반려로 끝이 났다. 그런데도 이사회는 반려 이유를 총추위에서 찾을 모양이다. 총추위가 논문 검증을 제대로 못해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게 이사회의 반응이다. 그리고는 새 총장 선출 방식을 자신들이 주도하려 하고 있다.
인천대의 주인은 결코 이사회가 될 수 없다. 인천대는 학원 민주화를 원한 동문들의 피땀어린 노력에 시민의 열망이 더해져 만들어진 곳이다. 게다가 시민의 혈세도 투입했다. 아니, 아직도 투입 중이다.
그러나 이사회는 어떠한가. 인천대 이사회는 사립대학 재단의 이사회와 성격이 다르다. 사립대학은 재단에서 돈을 대 학교를 세우고 학생들의 등록금을 받아 그것으로 또 재단을 유지할 재단전입금을 쌓는다. 하지만 인천대 이사회는 그저 명예직이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툭 얹은 꼴이다. 특히나 인천대에서 학생 등록금과 혈세를 모아 만든 돈으로 활동비를 지원받고, 운전기사를 두는 누군가는 더더욱 자격이 없다.
그런데 임기가 정해져 내년이면 이사장까지 바꿔야하는 이사회가 인천대의 미래를 이끌 총장 후보 선출을 두고 당당히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주인 행세가 아니라 어쩌면 주인이라 착각하는 듯도 싶다.
인천대 이사회가 든 것은 그저 주걱일 뿐 주막이 아니다. 주걱 하나 들었다고 주막 주인인양 어떤 손님에겐 밥을 퍼주고 어떤 손님에겐 흙을 퍼줘서야 되겠는가. 인천대는 몇몇의 놀음으로 흔들려선 안 될 구성원과 시민의 대학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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