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체육계 폭력 카르텔 고리 끊어야
[천자춘추] 체육계 폭력 카르텔 고리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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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3종경기(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가 조직 내 폭력행위로 고통을 받다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희생됐다. 태극마크의 자랑스러움은 잠시,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체육계의 커다란 카르텔 앞에 절망하며 20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등지게 된 것이다.

대한체육회와 비롯한 철인 3종 협회, 경주시 체육회들의 조직적 축소 은폐 과정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 ‘단순벌금 정도일 텐데 고소하지 않을 거면 말도 하지 마라’며 ‘추가 폭행’ 증언은 경찰이 지우고 막았다. 이 과정에서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을 비롯한 지방권력과 인맥들이 확인되고 있으니 가히 체육계 카르텔이라 할 수 있겠다.

경주시 체육회는 최숙현 선수 사망과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주장 장 선수에겐 폭행 여부조차 묻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모의 재력과 권력이 조직 내 권력과 결탁하여 또 다른 괴물 선수를 양산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음에도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것은 물론 증언 진술을 겁을 주며 막았다는 사실들은 지역 토호의 권력은 무서울 것이 없다는 뻔뻔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스포츠 폭력,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습관적 혹은 관례로 소나기 피하듯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공언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은 아닐까. 잠시 멈칫할 뿐, 시간이 지나면 원래 하던 대로 익숙한 위계적 폭력이 되살아나는 ‘금단현상’이 반복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다. 지난해 조재범 코치의 심석희 선수 폭행 사건으로 전 국민이 공분한 지 불과 19개월이다. 그럼에도 또다시 스포츠계 폭력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으니 말이다.

정부는 폭력 가해자에 대해선 영구제명을 하는 등 강력한 대응으로 체육계 비리 근절 대책들을 내놓았다. 경기도도 지난해 반복되는 체육계 성폭력 뿌리 뽑기에 나서기도 했다. 가족여성연구원은 작년에 이어 경기도 체육인들과 폭력예방교육을 했으나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 더불어 경기도 체육회와 장애인체육회의 운영진들과 예방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애쓰고 있으나 체육계의 카르텔 구조를 막을 제3의 감시기구가 절실해 보인다.

작은 희망은 현재 언급되고 있는 ‘스포츠 윤리센터’ 설립이다. 인권, 여성, 사법 분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 기구가 설립되면 상시적 감시체계와 피해자 정서 지원은 물론,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지원도 체계적으로 마련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애쓰다 카르텔 앞에 힘없이 무너져 내리며 절망하는 제2의 숙현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 억울함에 힘이 되어줄 수 없었던 부모들 가슴에 평생 한으로 남는 일이 이제는 더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함을 두 손에 힘주어 모아본다.

정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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