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편세와 국민분열
[이슈&경제] 편세와 국민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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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예기(禮記)의 단궁하편에는 ‘가정맹어호야(苛政猛於虎也)’라는 말이 있다. ‘가정(苛政)’이란 혹독한 정치를 말하며 이로 인해 백성들에게 미치는 피해는 사납고 무서운 호랑이의 해(害)보다 더 크다는 의미이다. 혹독한 정치란 무엇일까 ‘가정맹어호야’의 유래를 좀 더 살펴보자. 옛날, 공자가 노나라의 혼란에 환멸을 느끼고 제나라로 가던 중 허술한 세 개의 무덤 앞에서 슬피 우는 여인을 만났다고 한다. 사연을 물으니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아들을 모두 호랑이가 잡아먹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곳을 떠나서 사는 것이 어떠냐” 하고 공자가 묻자 여인은 “여기서 사는 것이 차라리 괜찮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면 무거운 세금 때문에 그나마도 살 수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혹독한 세금에 대해 국민이 느끼는 두려움은 생명보다 더 큰 듯하다.

지난 7월22일 정부는 소득세 과세표준 10억원 초과 구간 신설 및 최고세율 상향 조정(42%→45%), 고가 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20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의 피해 극복을 위한 투자 및 소비의 활성화와 한국판 뉴딜 등 신산업에 대한 투자재원 마련이 세법 개정의 목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의 인상이 개편안의 주요한 내용인 것으로 보아, 저소득층과 비교하면 세금을 더 납부할 ‘돈’은 있으나 납세자의 숫자가 적어 증세에 대한 거부감이 덜 표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증세안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금번 증세의 주 대상이 된 부자들도 우리나라의 아주 소중한 국민의 일원이다. 또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국방ㆍ교육ㆍ근로의 의무와 함께 국민의 4대 의무를 누구보다도 충실이 이행하고 있는 국가의 재원인 것이다.

코로나19의 발발로 저소득층과 영세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이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비용 마련의 일환(一環)으로 고소득층에게 세금을 더 징수하는 것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전체 근로소득자의 40%에 달하는 722만 명의 근로소득세 면제자에 대한 과세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부동산 보유자를 중심으로 한 세법의 개편은 부동산 소유자와 비소유자간의 계층간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이번 증세안은 조세 재원 확보의 영속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지난 2019년 5천171만 명이었던 우리나라의 인구는 약 20년 후인 2040년에는 5천85만 명으로 2019년 대비 86만 명 감소한다고 한다. 인구감소는 국가 경제성장과 조세수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부 계층에 대한 편중된 조세수입은 미래의 국가 재정 안정을 위해서도 좋은 개선안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복지 증대에 대한 기대는 나날이 커질 것이며 이를 정권 유지의 방편으로 삼는 정치세력과의 이해가 맞물리는 한 한번 올린 세금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가의 근본이 되는 국민의 숫자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근로소득 면제자를 포함한 소득 탈루자에 대한 합리적 징세방안이 확립되지 않는 한 일부 계층에게 편중된 대한 조세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이며 이는 결국, 재산의 과소에 따른 국민계층 분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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