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포츠계 근본적 구조개혁 위한 정책 재검토를

최근 국내 체육계에서는 끊임없는 성폭력, 폭행, 폭언 등 인권침해 문제가 잇따라 터지면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지속돼 온 엘리트체육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철인3종경기 유망주 최숙현 선수의 사망 사건은 과거 지속적으로 지적돼온 메달지상주의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배적인 여론이다.

우리 체육계가 폭력문제에 대한 취약한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는 것은 성적지상주의에서 비롯됐다. 특히 1970년대 이후 정부의 엘리트체육 정책이 학생선수들의 교육적 목적보다는 우수선수를 발굴해 메달 획득에만 매달리게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과거 군사독재시대에 메달 경쟁을 통해 체제를 과시하고 국위를 선양하는 프레임에서 과감하게 벗어나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경기력향상 연금과 군대 면제, 그리고 체육특기자 입학 등의 혜택 등의 제도도 차제에 바른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체육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스포츠클럽 중심의 생활체육 속에서 엘리트스포츠가 육성될 수 있는 정책을 전개하고 있지만 아직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기존 동호회 조직을 유지한 채 스포츠클럽을 추진하다 보니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은 저출산ㆍ고령화로 선수 수급 문제, 의료비 증가, 도시화로 인한 소통 없는 지역사회 등의 문제 등을 경험한 바 있다. 이에 대한 극복의 일환으로 1995년부터 종합형 지역스포츠클럽을 문부과학성을 중심으로 추진했지만 일본체육협회와 기존 동호회 조직의 반발로 인해 현장에서 회원들 간 충돌하는 일들이 발생하였다.

그로 인해 사업의 동력이 떨어지면서 2004년까지 스포츠클럽은 겨우 전국에 635개를 설립하는데 머물렀다. 이에 문부과학성은 2004년부터 종합형 지역스포츠클럽 사업을 일본체육협회에 위탁했고, 수탁을 받은 일본체육협회는 기존의 동호회 조직을 전면 스포츠클럽으로 전환해 사업의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0년 7월 현재 전국에서 스포츠클럽은 2천759개가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대한체육회도 동호회 조직과 종합형 스포츠클럽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로 클럽사업을 지속한다면 예산낭비와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체육시스템의 변화를 진정으로 모색한다면 기존의 동호회 조직을 스포츠클럽으로 전환해 선수 육성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나아가야 한다.

끝으로 스포츠계의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위해 체육청 설립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각 부처에서 분산된 체육정책을 일원화해 사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도 각 부처에서 폐쇄적으로 운영돼온 건강과 스포츠에 관련된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체육청 설립에 대해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 체육계를 비롯해 정부와 국회차원에서 심도 있는 구조개혁과 정책 검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주성택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