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관행으로 굳어진 주류대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한 소상공인 권정혁씨의 이야기는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다. 안성에서 작은 고깃집을 운영하는 권씨를 상대로 법무팀을 앞세운 주류도매업체의 압박에 권씨는 포털 사이트를 통해 자신과 같은 피해자를 찾아 나섰다.
권씨가 A주류도매업체로부터 받은 주류대출은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늪에 가까웠다. A주류업체가 만든 주류대출 약정서가 소상공인을 유인하기 위한 정교한 덫과 같았기 때문이다.
약정서를 본 법률 전문가들조차 “손해배상 조항이 과도하다”, “주류대출(대여금)의 연 24%는 무거운 이자로 보인다”, “현대판 노예계약서”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같이 주류업체에 유리한 조항으로 채워진 주류대출 약정서는 곧바로 소상공인들의 족쇄로 작용했다. 권씨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연락이 닿은 피해자들은 A주류업체의 주류대출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그동안 쌓였던 답답함과 울분을 토해냈다.
“그 사람들, 제발 벌 좀 받게 해주세요”라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들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과 함께 억울함이 묻어 있었다. 잘나가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창업에 도전했다가 주류업체의 압류를 이기지 못하고 가게를 그만둔 소상공인, 가족들과 작은 치킨집을 운영하며 평범한 일상을 꿈꾸다 거액의 위약금을 지불한 30대 가장까지. 이들이 꿈꾸던 삶은 주류대출이라는 잉크가 묻은 종이에 무너져 내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18년 취임 이후 경기도정의 핵심으로 ‘공정’을 내세우며, 억강부약(抑强扶弱ㆍ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와줌)의 정신을 강조했다. 그리고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을 가치로 경기도정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주류대출 피해자들은 그 가치 아래 들어가지 못한 채 주류업체가 채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공정을 가치로 삼는 경기도는 주류대출의 실체적 진실을 철저하게 밝히고 피해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공정한 경기도, 응답하라.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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