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침수 대비 장치 중 하나인 빗물받이가 쓰레기 등으로 막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비가 오면 도심 곳곳에서 하수가 역류하거나 주변 지역에 침수 피해가 발생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8일 경기지역 곳곳에서는 담배꽁초와 빗물에 쓸려 내려온 토사로 꽉꽉 막힌 빗물받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날 오전 수원 팔달구의 한 번화가. 식당, 주점 등이 늘어선 이곳의 빗물받이는 사실상 ‘재떨이’에 가까웠다. 마치 일부러 끼워넣은 듯 틈틈이 담배꽁초가 가득했고 식당에서 내놓은 음식물 쓰레기봉투가 빗물받이 위를 가로막아 곳곳에 물이 고였다. 가뜩이나 좁은 2차선 도로에서 차량들은 물 고인 곳을 피하려고 중앙선을 넘나들며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집게를 이용해 꽁초를 걷어내던 환경미화원 차용석씨(66)는 “이렇게 치워봐야 밤이 되면 술을 마시러 나온 이들이 담배꽁초를 한가득 채워 놓는다”며 “식당에선 음식물 쓰레기봉투에서 물이 흘러나온다고 빗물받이 위에 놓는데, 이러다 봉투가 터지면 정말 골치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용인 성복역, 과천 정부과천청사역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 군데군데 막혀버린 빗물받이 탓에 웅덩이가 생겼고, 냄새 나는 구정물이 역류하는 곳까지 있었다. 고인 물 위로 차량들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구정물을 튀기는 탓에 시민들은 정류장 뒤편에 서서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빗물받이를 아예 막아버린 곳도 있었다. 화성 향남읍의 시장 골목에서는 고무덮개(가로 70㎝ㆍ세로 40㎝), 자동차 발판(가로 50㎝ㆍ40㎝) 등으로 빗물받이가 덮여 있었다. 빗물받이가 쓰레기로 막히는 것을 방지하고 그 안에서 역류하는 악취를 막기 위해서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심향례씨(73)는 “비가 오면 차라리 덜한데, 그치는 순간부터 악취가 말도 못하게 난다”며 “공무원들이 나와서 덮개를 치우라고 하는데 그럼 상인들은 온종일 그 냄새를 맡아야 하느냐”고 했다.
그러나 비가 올 때도 빗물받이 위 덮개를 치우지 않으면 배수 불량이 발생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시간당 100㎜의 집중호우가 내리는 상황을 가정, 빗물받이를 덮개로 덮은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역류 현상으로 주변 지역이 3배가량 빠르게 침수됐다. 또 고인 물의 수심이 최대 2.3배 깊게 나타났고, 보도블록 높이까지 물이 잠기는 속도 역시 2배 이상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7월 중 도내 빗물받이 5만7천68개소에 대한 배수 정비를 실시했다. 이때 빗물받이, 배수로 등 도로변에서 수거된 쓰레기는 무려 569t에 달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빗물받이가 막혀 배수가 불량해지면 도로 위 물고임 현상, 노면 파손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자칫 교통사고까지 일으킬 수 있다”며 “2020년 도로정비평가에 배수로 정비 결과를 반영하는 등 각 시군의 적극적인 동참을 독려해 안전하고 쾌적한 도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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