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내년 신규 산하기관 설립을 추진했지만(경기일보 7월2일자 1면) 정부가 기관 설립을 억제하고 나서 난항이 예고됐다. 지자체 입장에서 산하기관 설립은 핵심 정책 추진력 확보, 인사권을 통한 조직 장악 등과 직결된 만큼 향후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기도는 “행정안전부와의 협의 등으로 경기서민금융재단과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설립이 당초보다 3~6개월 늦춰지게 됐다”고 9일 밝혔다.
앞서 도는 지난달 1일 배포한 ‘후반기 경기도정 운영방향’을 통해 경기서민금융재단ㆍ경기도사회적경제원 출범을 준비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경기서민금융재단은 저신용ㆍ저소득자를 비롯한 경제적 약자의 회생 지원,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은 사회적경제 기반 구축 등을 위해 추진됐다. 당시 도는 두 기관을 내년 초~중순 출범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경기서민금융재단 관련 행안부 협의가 진행되면서 문제점이 도출됐다. 행안부가 지난 6월부터 시행된 ‘지방자치단체 출자ㆍ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근거로 타당성 용역 기관을 지방공기업평가원(3개 기관 중 준비된 곳)으로만 강제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지자체에서 출자ㆍ출연기관을 만들 때 용역 기관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타당성 용역 공청회를 개최한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때에도 민간 연구기관(한국지식산업연구원)에 용역을 맡겼다.
행안부의 명분은 ‘전문성ㆍ투명성 강화’다. 경기도에서만 향후 산하기관이 총 31곳으로 늘어나는 등 전국적으로 ‘기관 난립’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 차원에서 제재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기관 설립도 최소 3~6개월 늦춰지게 됐다. 원래 민간 연구기관에서 용역을 진행하면 6개월가량 설립계획과 타당성 연구를 동시에 진행했지만 행안부는 앞으로 지방공기업평가원이 타당성 연구만 맡고 설립계획 연구는 지자체가 따로 진행하라고 구두로 방침을 전했다. 도는 이처럼 용역을 따로 진행하면 설립계획 3개월, 타당성 7개월 등 10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흐름은 나머지 도 산하기관인 경기도사회적경제원뿐만 아니라 시ㆍ군 산하기관도 마찬가지다. 시ㆍ군도 용역 기관을 별도 요건 없이 설정했던 과거와 달리 지방연구원으로만 한정됐다. 이에 도는 조만간 행안부를 방문, 관련 입장을 전하면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도 관계자는 “행안부의 정책 취지는 공감하지만 지자체 산하기관 설립까지 깊게 관여하는 건 지방자치 역행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과거 타당성 용역이 ‘설립 기대효과’ 위주였겠지만 이제는 업무 중복성ㆍ재정 낭비 등 ‘기관이 꼭 필요한지’를 집중 살펴볼 것”이라며 “정부는 산하기관 설립을 억제하자는 방향인 만큼 설립계획(설립 근거를 마련하는) 용역도 지자체 차원에서 따로 추진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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