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든 부지에서 쏟아진 토사…안산 갈대습지 ‘천혜의 생태계’ 파괴 위기
경기가든 부지에서 쏟아진 토사…안산 갈대습지 ‘천혜의 생태계’ 파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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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안산 세계정원경기가든 부지에서 흘러들어온 토사로 안산갈대습지공원 곳곳이 흙탕물로 변해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고 있다. 김시범기자
12일 오후 안산 세계정원경기가든 부지에서 흘러들어온 토사로 안산갈대습지공원 곳곳이 흙탕물로 변해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고 있다. 김시범기자

안산 갈대습지에 빗물과 함께 다량의 토사가 유입돼 흙탕물로 변질, ‘천혜의 생태계’가 파괴될 위기에 놓였다. 이 토사는 바로 옆에서 경기도가 조성 중인 세계정원경기가든 부지에서 흘러온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안산 상록구의 갈대습지는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을 만큼 진한 황토빛의 흙탕물로 뒤덮여 있었다. 약 40만㎡ 규모의 갈대습지는 국내 최대의 인공습지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수달을 비롯해 동자개(빠가사리), 참게, 장어 등 다양한 향토어종과 수생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이처럼 소중한 생태계가 자리잡은 습지가 흙탕물로 변질되면 물의 탁도가 높아지고 산소 공급이 불량해져 생태계가 무너질 위험이 커진다.

습지를 흙탕물로 만든 주범, 토사가 떠내려온 흔적을 따라 올라가니 세계정원경기가든 부지 남측 구간이 나왔다. 이곳은 현재 복토(흙덮기) 작업이 진행 중으로, 지난달 17일까지 총 21만여㎥의 흙이 들어와 대지의 높이가 2~3m가량 높아졌다.

흙을 담은 공사차량이 이동했던 흔적이 선명한 이곳엔 다른 곳과 달리 별도의 덮개, 천막 등 토사 유실 방지책이 전혀 없었다. 이 때문에 무방비로 노출된 흙이 갈대습지가 있는 저지대를 향해 그대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12일 오후 안산 세계정원경기가든 부지에서 흘러들어온 토사로 안산갈대습지공원 곳곳이 흙탕물로 변해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고 있다. 김시범기자
12일 오후 안산 세계정원경기가든 부지에서 흘러들어온 토사로 안산갈대습지공원 곳곳이 흙탕물로 변해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고 있다. 김시범기자

갈대습지는 인근 반월천에서 펌프 작용을 통해 끌어올린 물만 유입되기 때문에 인접한 경기가든 부지 외에는 토사, 흙탕물 등이 유입될 경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습지의 토양은 검정색의 펄로 이뤄져 있어 습지 자체적으로 황토빛의 흙탕물이 만들어졌을 확률도 거의 없었다.

더욱이 경기도는 별도의 시방서(공사 과정에서의 상세한 지시사항을 적은 서류)도 없이 복토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복토 작업을 비롯한 토목공사는 시방서에 따라 시공 부지에 쌓을 토양의 품질, 양, 퇴적 경사 등을 정하게 돼 있다. 우천 시 토사 유실 방지책을 세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화호지킴이 최종인씨는 “비가 오기 전부터 수차례 대책 마련을 요청했지만, 도에서 적극 나서지 않아 결국 습지가 망가졌다”며 “시방서조차 없이 이렇게 많은 흙을 무방비로 쌓아올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아직 정식으로 실시 설계가 진행된 것이 아니라, 주변지역에서 남는 흙을 무료로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별도의 시방서는 없다”고 해명했다. 토사 유실 문제에 대해서는 “다지기 작업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예상치 못한 폭우가 내린 영향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 복토 작업을 중단했고 곧바로 현장을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정원경기가든 조성 사업은 과거 시화 쓰레기매립지 터에 1천9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 약 45만㎡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이곳은 1994년 쓰레기 매립을 종료한 뒤 2016년 환경안정화 작업이 마무리됐다. 현재 복토 작업이 진행 중이며 오는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재원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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