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황당한 ‘부동산 정책’

경기도에 한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인 가족을 위해 원룸(도시형 생활주택)을 하나 구입하려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혼을 한 뒤 월세를 전전하는 가족이 너무 안타까워,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원룸을 구해주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중도금 대출을 하려다 금융기관에서 내민 ‘기존주택 처분조건 등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추가약정서’를 보고 기겁을 했다.

약정서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이른바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주택이 있는 사람이 주택을 추가 구입할 경우에 기존주택을 반드시 처분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할 수 있으며, 둘째는 반드시 추가구입 주택에 전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룸에 들어가기 위해 아파트를 처분해야 하는 것이냐”는 항의에 금융기관 직원은 정부의 ‘6·17 대책’으로 무조건 제출해야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A씨는 중도금 대출을 포기해야 했고, 다른 방법으로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원룸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정부는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주택담보대출 강화를 골자로 한 ‘617 대책’과 다주택자, 단기거래에 대한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7·10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또한 수도권에 13만2천 가구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는 ‘8·4 부동산 공급대책’도 제시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부동산 세제의 큰 방향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강화, 거래세(취득세·양도소득세) 완화’였다. 그런데 지금 정부의 정책은 ‘보유세·거래세 모두 강화’다. 그래서 ‘세금폭탄’이라는 말이 나온다.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세금폭탄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공급대책이 약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하면서 ‘집 가진 사람만 잡고 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김재민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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