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발이다, 집회발이다”라는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최근 코로나19가 무섭게 재확산하면서 정부는 오는 6일까지 경기ㆍ서울ㆍ인천 등 수도권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조치를 내렸다. 이 조치의 핵심 중 하나는 오후 9시까지만 일반음식점을 비롯한 알코올을 취급하는 곳에 대해 영업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 웃지 못할 촌극에서 대한민국 사람들의 국민성을 엿볼 수 있다.
▶평소 일반적으로 표현에 인색하고 무뚝뚝한 성향을 지닌 대한민국 국민들. 그런 이들이 오후 6시 이후 퇴근과 함께 음주가 시작되면 흥에 취하고 사람에 취한다. 물론 그 중 일부는 과함을 이기지 못하고 실수를 범하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새로운 동력을 얻으며 집으로 향했다. 술이 한잔 두잔 들어가면서 사람 사이에 있던 장벽은 하나 둘 사라지고 ‘형’, ‘동생’, ‘친구’라는 강력한 연결고리를 형성해 나간다. 전 세계적으로도 아주 드문 대한민국만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였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단 며칠 사이 음주 문화가 바뀌고 있다. 강력한 ‘쩜오(0.5)’의 위력이라고 하겠다.
▶시간에 쫓기듯 하염없이 시계만 바라보며 술을 마신다. “시간 없어, 시간 없다고”라며 연신 조급한 마음에 폭음을 한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제법 이를 어기면서 술기운에 시간을 연장해 달라고 할 수도 있고 업주 입장에서도 이를 반길 수 있을 듯 한데도 오후 8시50분이면 모두 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향한다. 이 사회적 관습에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술을 한잔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런 모습이 난관을 극복하는 대한민국 국민성이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강하면서도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민족이 있는 대한민국이다. 코로나19도 이런 국민들 앞에 슬슬 무릎 꿇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김규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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