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매직 속에 갇힌 여성청소년의 권리”
그날, 혹은 매직에 걸린 날이라고 표현되는 날이 있다. 그날은 평균 5일 동안 지속하며 28일마다 다시 시작하고 40년간 반복한다. 나는 겪어보지 못했지만 나의 아내와 딸이 지나가야 할 날들이기에 인류의 반인 여성 모두가 겪는 특별하지 않은 날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날이다.
최근 인터넷에는 생리대 후원자를 모집하는 단체의 광고가 유난히 많다. 생리대 후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부하는 연예인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조금은 불편한 감정이 든다. 생리대 가격이 부담이 된다는 것도 의문이고 정부가 저소득층 여성청소년에게 생리대 구입비용을 지원하고 있는데 민간의 영역에서 후원과 기부로 그 공백을 메워야만 하는 현실에서 느끼는 답답함이 그 이유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생리대 가격은 개당 평균 331원이다. 미국과 일본은 181원, 물가 높기로 유명한 덴마크는 156원으로 한국이 배이상 비싸다. 또 국내 생리대 가격이 2010년부터 7년 동안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배 정도 올랐다.
특히 2016년 생리대 대신 신발 깔창을 사용했다는 청소년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생리대 가격 부담으로 인해 청소년이 신체에 유해한 대체용품을 사용하는 게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을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저소득층의 일부 청소년으로 한정해 생리용품을 지원하고 있을 뿐이다.
여성가족부 생리대 신청률은 2018년 69.9%, 2019년 68.6% 등 약 70% 수준이다. 이는 신청절차나 제도의 홍보 등 접근성의 한계를 드러낸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은 저소득층 일부에 한정하는 이 지원에 대한 기피가 있을 수 있고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부끄럽게 여기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생리용품 보편지급에 대한 요구와 논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여주시가 여성청소년 생리대 지원에 대한 조례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정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시와 경기도가 관련 근거를 조례로 규정했다.
이제 우리 인천에서도 관련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필자는 최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인천시 여성청소년 보건위생물품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발의 했다. 여성청소년에게 생리는 선택의 영역이 아니며 생리용품은 생활필수품이기 때문에 예민한 청소년 시기에 적절한 생리용품의 구입과 사용에 제한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이 조례 제정이 여성청소년이 긍정적인 정체성을 갖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생리용품이 보편적으로 지원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날 혹은 매직이라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생리하는 시기를 애써 숨기거나 감추며 갇혀있는 것은 여성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발달해야 하는 권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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