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아파트라는 집에 맺히는 성스러운 이슬
[삶과 종교] 아파트라는 집에 맺히는 성스러운 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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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만 5천 년부터 기원전 1만 1천 년 사이 구석기 시대 사람들에게는 동굴이 그들 집이었다. 알타미라의 동굴에 산 구석기인들은 그들의 삶을 벽화로 남겼다. 구석기 시대 이 땅의 사람들은 울산 반구대와 천천리에 있는 암벽에 벽화를 남겼다. 신석기의 시작 시기에 해당하는 기원전 1만 년에서 8천 년 경에는 건축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지어진 ‘괴베클리 테페’가 1994년 발견됐다. 이 건축물은 터키 남동부 샤늘르우르파 외렌직에 위치한 신석기 시대 유적으로 장례식을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도 안락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려면 집이 필요하다. 사람은 집에서 가족들의 보살핌 속에서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낀다. 우리를 보살펴 주는 가족은 존경과 감사를 받고 그 장소인 집은 성스런 장소로 의미부여를 받는다. 우리의 집은 우리가 태어나 자란 곳이고 우리의 부모와 조상이 살며 우리를 보살핀 곳이다. 그리고 조상의 신줏단지를 모신 성소다. 요즘에도 조상이 살았던 오래된 집에 사는 어떤 이들에게는 그 집이 다소 불편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는 성스런 장소로 느껴질 것이다.

물신의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는 몇 년 살지 않았고, 언제 곧 이사할지 알 수 없는, 공동주택인 아파트가 고전 시대의 성스런 장소와 같을 수는 없다. 이제 그것은 우리에게 투자의 대상이자 자산이다. 물신의 시대에 우리가 느끼는 성스러움은 고전시대와 다르다. 조상의 보살핌과 사랑이 곧 조상님들이 상속한 유산으로 증명되는 듯하다. 정부 주택정책은 우리가 우리를 보살표준 조상을 존경하고 감사해 하며 우리 자손들을 잘 보살피는 성소가 될 수 있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아파트를 사고팔면서 신앙하고 무엇을 남기며 사는 것인가. 순간은 지나가고 영원은 우리에게 침묵하고 있다. 그리고 묻고 있다. 무엇을 위해, 왜 사느냐고! 우리에게 이제 집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이 삶에서 어떤 돌을 세우고 숭배하며 무엇을 새기어 길이 남기면서 수천 년 후에 읽을 이들에게 무엇을 전할 것인가.

김원명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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