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기도의 한 장애인 관련 기관에서 인권 상담을 진행하는 A씨는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욕을 먹기가 다반사다. ‘장애인복지관이 문을 닫아 자유를 침해한다’거나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게 나라가 외면해서다’라는 등 민원 전화가 쏟아지며 다짜고짜 비난을 일삼기 때문이다. A씨는 “이러한 전화들은 대부분 ‘나를 무시하다니 가만 안 둔다, 죽이겠다’는 등 협박이나 욕설로 끝난다”며 “갈 곳 없는 장애인들이 코로나 블루를 겪으며 우울감이나 충동성이 다소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2. 1년째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세차장 직무 교육을 진행해 온 B씨는 지난 6월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차 수리비 200만 원을 물어내라’는 항의를 받았다. B씨가 영문을 묻자 차주는 “세차장 직원이 길가에 주차한 차량을 마음대로 닦으면서 문과 창문에 흠집을 내놨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던 3월께 세차 교육은 임시 중단하고 직원들의 출근도 자제시키던 상황. 뒤늦게 블랙박스 등을 확인해보니 B씨에게 교육을 받던 장애인 훈련생 한 명이 엉뚱한 차량에 물을 뿌리며 세차 장비로 차를 긁은 것이다. B씨는 “취업을 위해 연습해야 하는데 왜 교육을 안 하느냐고 자주 따지던 훈련생”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을 얘기해도 그 순간에만 잠잠했다. 결국 부모가 와서 해결했지만 답답함이 컸다”고 털어놨다.
올 초부터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장애인들이 수개월째 자의적ㆍ타의적 ‘집 안 감금 생활’을 하게 되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돌발 행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마땅한 대책이 없어 지원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15일 도내 장애인 관련 사업체와 기관, 단체 등에 따르면 그동안 직업 훈련을 통해 사회성을 기르거나 정기 치료로 증상을 호전시키던 장애인들이 코로나19 탓에 갑자기 설 자리를 잃게 되면서 우울감과 충동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예컨대 이달 의왕지역의 한 물품 제조공장에서는 장애인 근로자가 재택근무에 반발하며 다른 직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달 경기남부권 모 장애인단체에서는 단체에 소속된 장애인 당사자가 찾아와 자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복지관ㆍ직장 등이 문을 닫게 된 만큼 개선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는 “모두 어려운 상황이지만 코로나19 관련 장애인 심리 치료를 위한 지원 매뉴얼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안전망이 없으니 당사자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한편 올해 2월부터 8월3일까지 국가트라우마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이뤄진 코로나 관련 우울증 상담 건수는 장애인을 포함해 총 37만4천221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 한 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이뤄진 상담 건수(35만3천388건)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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