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상품권 무료나눔합니다. 명절 선물 구매하세요.”
취업준비생 장준영씨(27)는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솔깃한 내용의 게시물을 봤다. ‘S 백화점 상품권 1만원권을 무료나눔’한다는 글이었다. 오는 추석 연휴에 조부모님께 드릴 선물 구매에 보탬이 될 거라 생각한 장씨는 서둘러 무료나눔 글에 적힌 카카오톡 ID로 나눔 희망 의사를 밝혔다. 몇분 뒤 작성자는 “무료 나눔에 당첨됐다”는 메시지와 함께 “배송을 위해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답했다. 나눔 대상으로 선정된 사실에 기뻐한 장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알려줬다. 다른 커뮤니티에 해당 글도 퍼 날랐다. 그러나 택배는 오지 않았고, 작성자는 연락이 끊겼다.
코로나19 사태 속 추석 명절을 앞두고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악용한 ‘무료나눔 신상 털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해 이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15일 회원 수 1천840만명이 넘는 네이버 중고나라 ‘제품 무료나눔’ 게시판에는 필요없는 물건을 무료로 나눠준다는 글이 5분에 1개꼴로 올라오고 있다. 제품은 상품권에서부터 가구, 가전제품까지 다양하다. 특히 TV나 노트북 등 고가의 전자제품을 나눔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오면 1분도 안 돼 수십명이 나눔을 희망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무료나눔 문화는 중고나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거짓 나눔’ 글을 올려 현혹해 개인정보만 빼내고 잠적하는 신상 털이 수법도 함께 늘고 있다. 무료나눔 게시물에 이용자들이 몰린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거짓 나눔 글을 올린 작성자에게 연락하면 앞서 장씨의 사례처럼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 개인정보만 요구해 받고 나서 잠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이들은 다른 커뮤니티 등에 무료나눔 홍보 글을 퍼트리면 제품을 주겠다는 일종의 ‘조건부 나눔’을 요구하기도 한다. 더 많은 사람의 개인정보를 빼내기 위해서다.
커뮤니티 관리자들은 ID를 블랙리스트로 지정하거나 유사한 게시글이 올라오면 바로 지우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매일 수백개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글 게재와 동시에 많은 이들이 몰리는 탓에 피해를 매번 막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유출된 개인정보는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활용되거나 데이터베이스로 묶여 판매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박대하 고려사이버대 정보관리보안학과 교수도 “다수가 피해를 볼 경우 처벌도 가능하지만, 개인의 경우 상황의 심각성이 공감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개인정보 전달 시에는 항상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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