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분리배출 하라더니”…무시하고 섞어 버리는 경기지역 지자체

15일 수원시청에서 나온 쓰레기가 분리배출이 안 된 상태로 마구 섞여 있다. 장희준기자

코로나19 여파로 배달 이용이 급증하면서 일회용품 사용빈도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일회용품을 세척한 뒤 분리배출 해달라고 당부하고 있으나 정작 경기지역 지자체들은 이를 ‘나 몰라라’한 채 쓰레기를 마구 섞어 버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위치한 수원시청 지하주차장. 주차장 한 켠에 마련된 쓰레기 배출 장소에는 터질 듯이 가득 채워진 100ℓ 소각용 쓰레기봉투 10개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봉투 중 하나를 열어보니 셀 수 없이 많은 종이컵과 일회용품이 쏟아져 나왔다. 플라스틱 그릇에는 먹다 남은 비빔밥의 잔반과 고추장이 그대로 묻어 있었고, 라면 국물이 고여 있는 컵라면 용기와 먹다 남은 삶은 계란까지 발견됐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는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 가능 품목을 제외한 생활쓰레기만 담아 배출할 수 있다. 또 일회용품을 배출할 때 음식물이 묻어 있으면 재활용 처리가 되지 않아 반드시 세척 후 분리배출해야 한다.

15일 안산시 공무원들이 사용한 각종 일회용품과 먹고 남은 음식물이 뒤섞인 채 버려져 있다. 장희준기자
15일 안산시 공무원들이 사용한 각종 일회용품과 먹고 남은 음식물이 뒤섞인 채 버려져 있다. 장희준기자

이날 오후 12시께 안산시도 상황은 마찬가지.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안산시청 청사 뒤편에선 마치 작은 산을 이룬 듯한 쓰레기 더미가 발견됐다. 마구 쌓인 100ℓ 쓰레기 종량제 봉투 20여개 중 하나를 열자 유리병 17개와 플라스틱 물병 11개, 먹다 남긴 음식물 찌꺼기 등이 쏟아졌다. 터질 듯이 빵빵하게 묶인 작은 분식집 봉투를 열자 떡볶이 국물이 흥건한 나무젓가락과 먹다 남은 음식물, 플라스틱 용기 등이 모두 뒤섞여 있었다.

안산시 공무원들이 마구 버린 쓰레기를 정리하던 미화원 A씨는 “이전에는 하루에 쓰레기가 2천ℓ 정도씩 나왔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후엔 하루에 적어도 4천ℓ 이상은 나오고 있다”며 “늘어난 쓰레기는 대부분 일회용품인 데다 분리수거가 안 돼 있어 아주 골치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15일 연천군청 쓰레기 배출 장소엔 플라스틱 용기와 유리병 등의 쓰레기가 뒤섞인 채 버려져 있었다. 장희준기자
15일 연천군청 쓰레기 배출 장소엔 플라스틱 용기와 유리병 등의 쓰레기가 뒤섞인 채 버려져 있었다. 장희준기자

이어 오후 2시께 연천군 연천읍 차탄리의 연천군청. 청사 부지 내 쓰레기 배출 장소엔 100ℓ 종량제 봉투 10여개와 파란색 일반 비닐봉지 5개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파란 봉투는 쓰레기 배출에 쓰이는 봉투가 아닐뿐더러 그 안에는 각종 플라스틱 용기와 유리병, 담뱃갑 등이 혼합돼 있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올해 지자체 쓰레기 배출량은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었지만 정작 공공기관들은 환경오염 불감증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시민들이 먼저 나서서 환경을 걱정하고 오염을 대비하는 시점에 공무원들의 이 같은 처우는 올바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배달 음식 이용이 늘었는데 이 기간 동안 분리배출에 대해 잠시 소홀했던 것 같다”며 “방역에 집중하는 만큼 일회용품 분리배출 단속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15일 군포시청에서 나온 쓰레기를 살펴보니 각종 일회용품과 먹고 남은 음식물이 뒤섞인 상태였다. 장희준기자
15일 군포시청에서 나온 쓰레기를 살펴보니 각종 일회용품과 먹고 남은 음식물이 뒤섞인 상태였다. 장희준기자

장희준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