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죄 짓고도 처벌 없는 ‘촉법소년’이 뭐길래

초등학생 살인사건, 도난 차량으로 일으킨 사망 사건, 청주 성매매 강요사건, 성 착취물 채널 운영자···. 이름만으로도 끔찍한 이 사건들의 가해자가 누구일 것이라 생각하는가? 생활이 힘든 30대, 사회에 나가 적응하지 못한 20대, 어느 쪽도 아니다. 가해자는 다름 아닌 만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들이었다. 이러한 미성년자들을 범법 행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觸法少年)’이라고 부른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이면서 범죄를 저지른 형사 미성년자다.

이를 오남용해 범법행위를 저지를 뿐만 아니라 살인 사건까지도 저지른다. 아이들이 어릴 때 잘못을 저지르는 건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걸 인정한다. 잘못을 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고치려고 할 때 용서를 받는다면 이 법의 취지에 맞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이 일에 용서를 바라기는커녕 훈장처럼 여기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무작정 나이를 기준으로 봐주는 게 아니라 잘못의 수위를 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사람의 생명에 지장을 준 정도 이상의 중범죄는 아무리 나이가 어리더라도 재판을 받고 죄질에 맞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또 사람에 직접적 해를 끼치진 않는 단순 경범죄라면 아이가 큰 벌을 받지 않고도 충분히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촉법소년이 수중으로 떠오르도록 계기가 된 사건들은 수두룩하다. 잔혹한 사건들의 가해자는 중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도 있었다. 이런 문제에 우리 사회가 내놓은 해결방안은 오직 단 하나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내린다’라는 말뿐이었다. 물론 촉법소년의 법안을 더 강화하는 것이 사회가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우범소년이 되는 과정은 가치관이 바로 잡히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이런 가치관이 생기는 나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이다. 하지만 안 좋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가치관이 바로잡히기 어렵다. 만약 우리에게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문제가 생긴 원인으로 돌아가 문제의 근원지를 뽑으려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촉법소년을 방지하기 위해 한 곳만 바라보고 그곳의 근원지는 바라보지 않으려 한다. 진심으로 촉법소년을 위한다면 촉법소년이라는 법안을 제정할 뿐만 아니라 어떤 이유로 우범소년이 생겨났는지를 바라봐주었으면 한다. 분명 뿌리 없는 꽃은 없듯 이유 없는 문제점은 없다.

이윤서 김포 장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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