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택배노동자
[지지대] 택배노동자
  •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 송고시간 2020. 09. 20 19 : 31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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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전국의 택배노동자 7명이 숨졌다. 숨진 택배기사의 나이는 31세부터 47세, 현장의 택배기사들은 과로사라고 얘기한다. 택배노동자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배송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한 설문조사에선 택배기사 10명 중 8명이 ‘나도 과로사할 수 있다는 걱정에 두려움이 크다’고 답했다.

잇따른 택배노동자의 사망으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이들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과중한 업무 부담에 문제를 제기하며 택배기사 중 4천여 명이 21일부터 분류작업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장에 들고 온 피켓에는 ‘죽음의 공짜노동 거부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집단행동의 계기가 된 택배 분류작업을 이르는 말이다.

대책위가 내놓은 택배노동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8월 주간 평균 노동시간이 71.3시간이었다. 지난해 전체 노동자 평균의 두배 가까운 수치다. 코로나 확산으로 온라인쇼핑이 급증하면서 택배 물량도 평년보다 30%가량 늘었다. 하지만 늘어난 노동시간만큼 수익은 증가하지 않았다. 건당 배달수수료를 받는 배송업무보다 무보수인 분류작업이 더 많이 늘어난 탓이다.

택배기사들의 과로의 중심에는 분류작업이 있다. 물류 터미널에서 각 배송지에 따라 택배 물건을 나누는 작업인데, 하루 6~8시간씩 한다. 택배노동자들은 이 업무를 대가 없는 ‘공짜 노동’이라고 한다. 이 작업이 끝나야 배송을 시작할 수 있다. 때문에 물량이 많은 명절에는 밤늦게까지 배송을 해야 한다. 분류작업은 하루 13시간 넘게 일하는 살인적인 노동의 주원인이다.

대책위가 추석을 앞두고 분류작업 거부 의사를 밝히자, 정부가 택배업계와 긴급 간담회를 통해 1만여 명의 추가인력을 투입키로 했다. 우려한 물류대란을 막을 수 있겠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현장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 땜질식 처방에 그치면, 택배 대란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택배노동자 과로사는 또 나올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쇼핑이 크게 늘었고, 감염병 극복에 택배기사의 수고가 큰 힘이 됐다. 8월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한 것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극복 주역으로 의료진과 함께 택배기사들의 노고를 기억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택배노동자 업무환경 개선을 위한 근본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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